국제노동기구 ‘로봇 자동화’ 충격 보고서
‘중국 대비 4분의 1’ 값싼 인건비 이점으로
亞 신흥국 ‘글로벌 방직허브’ 부상했지만
로봇공학·AI 발전으로 대량실업 우려
의류 수출비중 높은 국가들 불안감 고조
‘세계의 의류공장’으로 불리는 아시아 신흥국들의 밥줄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노동집약산업의 대표격인 방직산업에도 로봇이 도입돼 자동화가 가시화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동남아와 남아시아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에 따른 낮은 인건비가 방직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지만 로봇의 발전으로 이런 인구학적인 이점이 악몽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신흥국들은 중국의 인건비 인상을 기회삼아 방직산업의 글로벌 제조허브로 떠올랐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해 3.60달러로, 10년 전에 비해 거의 4배가 올랐다. 반면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신흥국들은 젊은 인력이 풍부하며, 평균 임금도 중국의 4분의 1 수준이어서 비용에 민감한 방직산업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7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로봇 자동화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5개국에서 56%에 해당하는 1억3700만 명의 일자리가 20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특히 ILO는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섬유와 의류, 신발산업 일자리의 90% 가까이가 봉제로봇인 ‘소우봇(Sewbot)’의 발전으로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 저명 경제학자인 라지브 쿠마르는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은 차세대 혁명”이라며 “이들은 인간의 일상적인 업무는 물론 더욱 복잡한 정신적 기능까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증기와 전기, 컴퓨터 등 과거 그 어떤 혁명보다 파괴적”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아직 로봇 자동화가 방직산업에 종사하는 저가 근로자들을 전부 대체할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인도 의류업체 매트릭스클로딩의 가우탐 나이르 전무이사는 “옷을 만드는 과정은 원단을 집어들고 정렬해 재봉한 뒤, 남은 천을 버리는 등 크게 4단계로 나뉘어진다”며 “그 중 재봉 과정만 자동화됐다. 프로세스 중 다른 부분은 여전히 사람이 하는 것이 더욱 빠르고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메라와 로봇의 팔로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소우봇 개발이 가속화하면서 전문가들은 로봇이 방직산업에서 인간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강조한다. 이는 신흥국들의 경제성장 모델을 완전히 무너뜨릴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는 의류가 전체 수출품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전체 인구의 2.5%가 의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 파키스탄 전역에서 의류산업 종사자 인구는 2700만 명에 달하며 베트남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5개국에서도 그 인구는 900만 명에 이른다.
FT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으로 지난 30년간 번영을 누렸던 인도 IT 서비스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비슷한 일이 방직산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도 양대 IT 서비스 업체인 인포시스와 타타컨설턴시서비시스 모두 올해 감원을 단행했다.
지난 2015년 자동재단기를 도입한 베트남의 한 의류업체는 ILO의 설문조사에서 “기계 한 대당 15명의 노동자를 대체하는 효과를 거뒀다”며 “18개월 후에는 사람을 계속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