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3년 뒤 하계 올림픽이 열린다. 일본 정부가 ‘담배 없는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연기가 나지 않은 ‘가열담배’가 뜨고 있다고 최근 NHK가 보도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담배시장이다. 흡연에 관대한 일본은 실내 금연에 대한 규정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만 해도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대부분의 실내 공간이 금연구역이다. 길거리 같은 실외 공간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다른데 서울은 광장, 공원 등 실외 금연 구역이 1만7000개 이상이다. 반면 도쿄는 도심부부 23개 구(區) 중 7개 구만 거리에서 흡연이 금지돼 있다.
2020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해야 하는 일본으로서는 고민이 깊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개최지의 금연 정책을 압박해 왔다. 2008년 이래 모든 올림픽 개최 도시에서 최소 실내 금연을 정책으로 채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지난 5월 조례를 제정해 독자적으로라도 금연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에서는 최근 연기가 나지 않는 가열담배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열담배는 태우지 않고 찌는 방식의 신개념 대안 담배다. 일반 담배와 맛은 비슷한데 독성이 적다고 담배회사들은 설명한다.
가열담배는 일본에서 2014년부터 판매돼 올해 전국으로 확산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가열담배의 매출 중 96%가 일본에서 발생했다. 현재 일본에서 총 담배 판매의 10%를 가열담배가 차지한다. 필립모리스 일본 지사의 랜 고이케 홍보 매니저는 “가열담배는 일반 담배에서 발견되는 해로운 성분의 단 10%만 함유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일반 담배 판매를 중단하고 대체 담배 상품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흡연자들은 가열담배의 장점에 주목한다. 한 흡연자는 “담배 냄새가 적어 실내에서도 피울 수 있고, 옷에 냄새가 밸 걱정도 안 한다”며 “일반 담배보다 피울 때 스트레스를 덜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물론 유해성이 적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일본담배협회의 미야자키 교이치 연구원은 “연기가 안 난다고 해서 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열담배는 담뱃잎에서 나오는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금연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으나 가열담배를 규제할지에 대해서는 발표된 바가 없다. 고이케 도쿄도지사도 금연정책에 가열담배를 포함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 도쿄에서도 구마다 가열담배에 대한 규제가 다르다. 예컨대 지요다 구에서는 가열담배나 전자담배도 거리에서 피울 수 없다. 반면 미나토 구에서는 거리 흡연을 규제하지만, 가열담배는 일반 담배로 여기지 않아 규제 대상이 아니다. 미나토 구 관계자는 “2014년에 거리 금연 구역을 지정했는데 당시만 해도 가열담배는 인기가 없었다”며 “때문에 가열담배로 인해 시민들이 겪는 불편을 염두에 두지 않고 따로 규제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