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증시에 상장된 100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작년에 성과급을 2015년 대비 17% 적게 받았다고 3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영국 공인인력개발연구소(CIPD)와 소득 불평등 완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고임금센터(High Pay Center)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증권거래소(LSE)의 FTSE100지수에 속한 기업 CEO들은 작년에 평균 성과급 규모를 17% 줄였다. 그럼에도, CEO들의 평균 연봉은 450만 파운드(약 66억4915만 원)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CNN머니는 지적했다. 고임금센터의 스테판 스턴 이사는 “최근 몇 년간 영국 CEO들의 연봉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CEO 연봉이 올라가면 일반 직원 월급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높은 수준이다”라고 주장했다.
영국 CEO들의 높은 연봉 수준은 작년부터 영국의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작년 7월 테리사 메이가 총리로 당선되고 나서 메이 총리는 CEO들의 과도한 연봉을 억제하겠다고 고삐를 조였다. 작년 11월에 영국 정부는 정책 제안서에 주주 투표로 CEO의 임금을 제한하는 방안을 담았다. 야당인 노동당은 최고임금제 법안을 발의했다. 최고임금제는 최저임금제의 논리와 반대로 임금의 상한선을 규정한 것이다. 법안은 기업 내에서 가장 적은 임금을 받는 직원의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의 연봉 차이가 20배 이상 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주주들도 반감을 드러냈다. 실제 영국의 광고 업체인 WPP그룹의 마틴 소렐 CEO와 석유기업인 BP의 밥 더들리 CEO는 주주들의 반발에 못 이겨 작년에 연봉을 삭감했다. 그러나 삭감하고나서도 소렐 CEO는 영국 대기업 중 연봉 ‘넘버 원’ 자리를 유지했다. 그는 작년에 총 4800만 파운드의 보수를 챙겼다.
CIPD와 고임금센터가 발간한 보고서는 영국 내 여성 CEO 연봉 평균이 남성 CEO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도 드러냈다. 작년 FTSE100지수에 속한 100개 기업 중 여성 CEO는 6명뿐이었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250만 파운드였다.
영국의 소득 불평등은 2007년 이후 완화됐지만, 여전히 1980년대 초반 수준보다 높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실질 임금이 정체되고 주택 가격, 임대료가 급등한 탓이다. 작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에도 영국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CNN머니는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