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팡팡] 드라마 속 ‘데이트 폭력’ 괜찮은가요?

입력 2017-08-01 17:02 수정 2017-08-0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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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팡팡] 드라마 속 ‘데이트 폭력’ 괜찮은가요?

“한 20대 남성이 이별 통보를 한 여자친구를 강제 추행했습니다.
그는 이별을 고하고 뒤돌아선 여성에게 분노해 팔목을 낚아챈 뒤 골목으로 끌고 갔습니다. 또 여성의 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벽에 몸을 밀쳐 움직이지 못 하게 하고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의 추행을 했습니다”


어느 ‘데이트폭력’ 사건에 대한 뉴스냐고요?
아니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최근 드라마의 한 장면입니다.

현실이라면 끔찍했을 사건이 드라마에서는 애절하고 절절하게, 또 아름답게 그려졌습니다. 남성의 ‘폭력적 행위’는 오히려 ‘순정남’으로 포장되며 그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여성의 관심을 사기 위해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물건을 던지는가 하면 강제로 추행하려 하는데도 ‘츤데레’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또 강제로 여성을 끌고 가거나 화가 나서 여성이 탄 차의 유리를 부숴도 폭력이 아닌 ‘상남자’로 표현되곤 하죠.


남녀 사이의 물리적·정서적 폭력을 일컫는 ‘데이트폭력’ 사건.
최근에 일어난 사건만 하더라도 지난달 27일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30대 남성이 여자친구의 뺨을 때려 의식불명상태에 빠지게 했는가 하면 10여 일 전에는 20대 남성이 여자친구를 무자비하게 때리고 트럭으로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때리고 협박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데이트폭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연인 간 폭력사건으로 입건된 사람은 8367명, 2015년보다 8.8%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 중 52명은 연인을 살해하거나 미수에 그치기도 했죠.


그리고 이같이 최근 ‘데이트폭력’ 사건이 잇따르는 데에는 TV 드라마와 영화 등 미디어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앞선 드라마의 ‘순정남’, ‘츤데레’, ‘상남자’의 탈을 쓴 주인공들과 같이 ‘사랑’과 ‘로맨스’라는 포장으로 시청자들이 ‘범죄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게 하는’ 장치를 심어놓는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설레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국제앰네스티는 이런 한국 드라마의 잘못된 시각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연인을 위협하는 남성들을 치명적 매력의 캐릭터로 그린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죠. 드라마 속 로맨스의 폭력적 장면 10가지를 선정해 ‘더이상 설레지 않는다’고 공표했죠.


“드라마 속 ‘데이트 폭력’ 장면으로 로맨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왜곡되어 남성이 어느 정도는 여성을 강압적으로 리드해도 된다고 여기게 되면, 현실의 여성들에게 재난이 닥칠 것”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일리안. 2016.10

“남성의 강제적인 스킨십에 여성이 당황하면서도 끝내는 눈을 감고 받아들이는 장면은 드라마에 흔히 나온다. 이는 여성의 ‘안 된다’는 저항을 ‘된다’는 상황으로 만들어 폭력을 정당하게 그리는 것”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2016.10


서울시는 tvN과 함께 데이트 폭력이 나오는 드라마 장면에 상담 번호를 안내하는 자막을 넣어 SNS에 홍보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곳곳에서는 드라마 제작자와 시청자들의 인식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조금씩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거세게 팔목을 낚아챈 남자 주인공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2017년 드라마에서는 벽에 밀치고 “얼마면 돼!”를 외치는 원빈에게 송혜교가, 차를 몰며 “밥 먹을래 같이 죽을래!” 협박하는 소지섭에게 임수정이, 눈물을 흘리며 끌려가기보다 휴대전화를 들어 신고하는 장면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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