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의 거침없는 투자보고서가 국내 증시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에서 ‘매도(Sell)’ 등급 투자의견을 매긴 기업분석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곧바로 해당 기업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26일 증시에서는 삼성SDS가 CLSA의 제물이 됐다. 이날 삼성SDS는 전 거래일보다 8.95% 떨어진 17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24일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8.47% 급락했던 것보다 더 큰 낙폭이다.
이날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CLSA의 투자보고서였다. 전날 노승주 CLSA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테마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과도한 프리미엄이 부여됐지만, 2018년에 둔화될 이익 모멘텀을 감안할 때 주가수익비율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삼성SDS에 대해 투자의견‘매도’등급을 매겼다. 함께 제시된 목표주가는 10만 원으로 같은 날 삼성SDS 주가(19만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독립 리서치’를 표방하는 CLSA는 예전부터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는 거침없는 투자 의견으로 유명하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 10일 LG전자에 대해 “주가를 반등시킬 의미있는 촉매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매도 의견을 냈다. 당일 LG전자는 4.19% 하락했다. 이보다 앞선 7일에는 엔씨소프트에 대한 매도 의견을 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이후 4거래일간 10.3%나 하락했다.
투자자들과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CLSA의 매도 보고서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손해를 입게 된 삼성SDS 주식투자 게시판에서는 ‘지나치다’는 감정 섞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반면, 또다른 일각에서는 “상장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의 국내 증권사들이 못하는 일을 CLSA가 해주고 있다”면서 CLSA의 매도 리포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