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25~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개최하는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이번 FOMC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연준은 26일 발표하는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등 통화정책을 현상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준은 4개월 연속 물가지표가 부진하게 나왔음에도 올해 3차례 금리인상이라는 긴축 시나리오를 유지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지난달 금리인상 이후 먼저 나타날 가장 유력한 연준의 행보는 4조5000억 달러(약 5018조 원)에 달하는 자산규모 축소다. 연준이 오는 9월 FOMC에서 자산 축소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지배적이다.
연준 위원 중 일부는 또 12월에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부진한 인플레이션 회복세에 이런 금리인상 속도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연준은 낮은 인플레에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까= 지난 1월 이후 미국의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계속 하락했다. 지난달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에 그쳐 연준 물가 목표인 2.0%를 밑돌았다. 연준이 물가 판단의 중요 기초자료로 쓰는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CE) 물가지수는 지난 5월 상승폭이 1.4%에 불과했다.
이런 낮은 인플레이션은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지만 양적완화 축소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이번 FOMC에서 연준 위원들은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집중적으로 그 원인을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달 의회 청문회에서 “물가지표를 매우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거듭해서 인플레이션 부진은 휴대폰 요금 인하와 약품 가격 하락 등 일회성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낮은 인플레이션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낮은 인플레에도 긴축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는= 옐런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약화하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실업률이 충분히 낮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임금인상 속도가 결국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잃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앞으로도 다섯 차례 더 CPI가 발표되기 때문에 지금의 정책 행보를 서둘러 바꿀 이유는 없다.
고용시장 회복세가 계속되는 것은 연준이 긴축을 정당화하는 핵심 이유다. 올 들어 미국의 비농업 고용은 월평균 18만 명 증가했다. 이에 일부 연준 위원은 실업률이 내년에 4%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연준 위원들은 또 과거에 너무 경제를 과열 양상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을 의식하면서 이런 일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과도해져 안정성이 흔들리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한편 올해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약 10% 떨어졌고 주식과 기타 자산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이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올렸지만 금융시장 환경은 여전히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이달 FOMC에서 지금의 긴축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 축소는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일각에서는 7월 FOMC에서 연준이 자산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조금 더 기다릴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이달 회의에는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지 않아 자산 축소라는 유례 없는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
한편 옐런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 끝나기 때문에 12월에 자산 축소에 나서는 것은 그의 후임자에게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다. 이에 9월 FOMC가 자산 축소의 적기라고 FT는 설명했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 이 시기에 채무한도 증액을 놓고 다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는 등 파문이 일어나면 연준은 자산 축소를 연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