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은 정부와 국민 눈치 안 봅니다. 다른 은행이었다면 80% 점포 폐쇄, 계좌유지수수료 부과 등을 감히 강행할수 있었겠습니까”
최근 만난 송병준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폐쇄는 ‘돈 되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영업하겠다는 자본논리의 극단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씨티은행은 오는 10월까지 소비자 상대 점포 126곳 중 90곳을 없애고 부유층 중심의 자산관리서비스는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폐점 규모는 101곳이었지만 노조 반발로 11곳은 살려냈다.
송 위원장은 유독 씨티은행만 대대적인 통폐합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소비자금융쪽을 관할하는 외국 임원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바라봤다.
송 위원장은 “소비자금융그룹을 책임지는 브렌단 카니 수석부행장이 점포 폐쇄 이슈에선 박진회 은행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듯하다”며 “외국인의 시각으로 자본의 논리로만 접근해 은행의 공공성을 배제해버렸다”고 지적했다. 브렌단 카니 수석부행장은 구조조정 전문가로 이번 점포 폐쇄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한 데 대해서도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리비용만 드는, (예치금 1000만 원 미만 계좌를 둔) 돈 안 되는 고객들은 아예 안 받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3월부터 1000만 원 미만 계좌를 유지하는 신규고객에게 계좌유지수수료 5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점포 폐쇄를 두고 극단으로 치달았던 노사관계에 해결의 실마리를 준 것은 ‘국회’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일 점포 폐쇄가 처음으로 시작됐을 때 노조가 극단으로 내몰렸던 상황이라 14일 바로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었다”며 “국회에서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에 적극 나서줘 폐쇄되는 점포수를 줄이고 임단협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점포 폐쇄 문제가 불거졌던 내내 금융당국은 뒷짐만 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애초 사측 입장대로) 제주도 등 일부 시·도 지점을 아예 없애버리면 고객이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등 폐해가 뻔한데도 당국은 아직은 민원이 없다, 은행법에 개입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동적인 모습만 보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폐점 당시 금감원에서 현장점검 온 것도 면피성 행위로만 보였다”며 “후행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점포 80%가 사라진다고 하면 선행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송 위원장은 추후 점포 폐쇄로 인한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해 당국의 개입 권한을 부여한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장은 “총점포의 10% 이상을 폐쇄할 때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사전적인 제재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