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약품 처방실적 1위 자리를 두고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와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가 치열한 경쟁을 전개 중이다. 올해 상반기 비리어드가 처음으로 선두에 오른 가운데 지난해 처방실적 1위 리피토가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는 형국이다. 발매 시기가 10년 이상 차이나는 제품간 경쟁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20일 의약품 조사 기관 유비스트의 원외 처방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비리어드’가 815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지난 2012년 국내 발매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대권’을 차지할 기회를 맞았다. 리피토는 773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 비리어드에 불과 42억원 차이로 호시탐탐 역전을 노리는 모습이다. 원외 처방실적은 병원을 방문한 외래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의약품의 매출을 말한다.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 중 입원환자 처방 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실적을 제외한 실적이다.
비리어드는 국내 도입 당시부터 일찌감치 ‘예비 블록버스터’ 약물로 각광받은 제품이다.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뛰어난 안전성으로 우수한 시장성을 인정받았다.
BMS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가 2011년부터 5년 연속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1위 의약품 자리를 수성했던터라 비리어드의 약진을 의심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비리어드는 발매 이듬해인 2013년 557억원의 처방실적으로 존재감을 알린데 이어 2014년 966억원으로 치솟았다. 2015년 1253억원, 2016년 1541억원으로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부동의 1위’ 바라크루드가 2015년 특허만료 이후 약가인하와 제네릭 제품들의 견제로 매출 하락세가 본격화하면서 비리어드의 선두 입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1위는 리피토의 몫이었다. 리피토는 지난해 1579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비리어드를 간발의 차이로 제쳤다.
리피토는 최근에도 한국인을 대상을 진행한 대규모 임상연구를 연이어 발표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며 리피토에 대한 충성도를 결집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리어드의 경우 일동제약이 경쟁약물 ‘베시보’의 발매를 앞두고 있고 길리어드의 새로운 B형간염치료제 ‘베믈리디’의 출시도 임박했다. 올해 말에는 국내제약사들의 제네릭 발매도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비리어드의 상승세를 예상하기 힘든 환경인 셈이다.
리피토 역시 100여개 제네릭 약물들의 틈바구니에서 성장세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국내제약사들이 고지혈증치료제와 고혈압치료제를 결합한 복합제를 속속 내놓고 있어 리피토의 시장 입지는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리어드는 유한양행이, 리피토는 제일약품이 각각 공동판매를 진행 중이다.
비리어드와 리피토에 이어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 418억원의 처방실적으로 3위에 올랐다. BMS의 바라크루드는 제네릭 발매의 여파로 상승세가 한풀 꺾이며 전년동기 처방실적이 29.6% 감소했다.
길리어드의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가 358억원으로 상위권에 랭크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소발디는 지난해 5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MSD, 애브비 등 다국적제약사들이 최근 경쟁약물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됐다는 변수에 노출됐다. 최근 유한양행이 소발디의 영업에 가세하면서 어떤 시너지를 낼지가 관전포인트다.
한편 올해 상반기 처방실적 10위권 중에 국내사가 개발한 제품은 한미약품의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이 유일했다. 아모잘탄은 324억원의 처방실적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