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최저시급 1만원과 현대차 노조의 ‘넌씨눈’

입력 2017-07-1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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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 산업1부장

우선 ‘넌씨눈’이 궁금하시면 포털 사이트 내 ‘지식인들의 친절한(!) 설명’을 참고하시되, 너무 놀라지는 마시라. 점잖은 체면에는 다소 과격한 표현이지만, 이보다 적합한 용어도 드무니 젊은이들이 쓰는 비속어를 잠시 빌려 본다.

평균 연봉 1억 원에 육박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또 파업을 결정했다. 기본급 7.18% 인상, 전년 수익의 30% 성과급 지급, 65세 정년 연장 등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이다. 노조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경우 1인당 평균 3000여만 원의 연봉 인상 효과를 누리게 된다.

연봉이 높아 질투 나는 이 회사에서 특별히 지적하고 싶은 대목은 성과급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당기순이익(개별 기준)은 약 4조1000억 원. 30%를 지급받는다면 무려 1조2000억 원에 달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듯,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어 마땅하다는 원칙에 이의는 없다. 하지만 그 많은 돈을 지급받을 성과가 있는지, 회사가 그럴 상황인지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주의: 물론 주주와 소비자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말 것)

현대·기아차의 성과와 경영 상황을 보자. 품질 좋은 자동차가 많이 만들어져 잘 팔렸어야 한다. 그런데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1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영업이익률(5.5%)도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는 더 나쁘다. 국내외 판매량(219만8342대)이 작년 상반기(239만4355대)보다 8.2% 줄었다. 중국은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미국 판매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7.4% 감소했다.

잠시 전문용어를 동원해 보자. 현기차 국내 공장의 HPV(Hour Per Vehicle)는 26.8시간(2016년 말 기준)이다. HPV는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국내에서 차 한 대를 만드는 데는 하루가 넘게 걸린다는 의미이다. 반면 자동차의 나라 미국 앨라배마에 세운 현대차 공장의 HPV는 절반 수준인 14.7시간이다. 그런데도 평균연봉(7700만 원)은 국내(9600만 원)의 75% 수준이다.

미국뿐인가. 체코 노소비체 공장은 15.3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16.2시간, 중국 베이징 공장은 17.7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공장은 20시간, 인도 첸나이 공장은 20.7시간, 터키 이즈미트 공장은 25시간이다. 전 세계 현대차 공장 가운데 국내가 생산성이 가장 낮다는 의미이다.

‘Made in Korea’는 장인(匠人)들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작품이니, 어설픈 외제와는 비교 불가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세타2 엔진과 배출가스 부품 결함으로 인한 사상 최대 규모 리콜 등 품질 관련 악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불길한 기시감(旣視感)은 틀리기를 바란다. 미국 GM(General Motors)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310억 달러(32조 원)에 달하는 손(損)을 봤을 때 GM 근로자들이 속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임금 인상과 의료비 지급 확대를 요구했다. 판매량과 상관없이 공장 가동률은 80% 이상 유지해야 했고, 근로자를 해고하면 5년간 평균임금의 95%를 지급해야 했다. 퇴직자와 가족의 의료보험과 연금을 종신 지급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결과는 어땠나. 9만 명에 달하던 GM 근로자는 2만 명 이상이 해고됐고, 47개 공장 중 16개가 문을 닫았다. 노조는 뒤늦게 시간당 평균임금을 45% 삭감했지만, 버스는 떠난 뒤였다. GM은 파산 신청을 했고, 정부가 인수하면서 ‘GM(Government Motors)’이라고 비아냥하는 것을 들어야 했다.

17일 결정된 역대 최대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 경영자와 자영업자는 물론 5포 세대로 불리는 청년층까지도 모두 분노케 했다. 이들은 전년보다 16.4% 인상된 7530원을 받고 하루 8시간씩 일하면 일당 6만240원을 받게 된다. 한 달(30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180만7200원에 불과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일자리 부족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연봉 1억 원은 적으니 3000만 원을 더 달라는 세계 최저 생산성의 노조는 어떻게 비칠까. 어느 언론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원 240여 명은 다음 주 단체 골프모임도 갖는다고 한다. 눈치가 없으면 염치(廉恥)라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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