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권리를 가진 금호산업 이사회가 채권단이 제시한 사용기한을 받아들이는 대신 조건을 달았다. 채권단이 약속한 보전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매출액에 연동해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다.
금호산업 이사회는 18일 서울 모처에 위치한 한식당에 모여 "금호타이어 상표권은 특정기간 보상금을 받고 거래하는 대상이 아니므로, 기업 회계 원칙과 거래 관행상 정해진 정상적인 방법(매년 상표 사용료 수취)으로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할 것을 결의했다"고 결의했다.
이날 금호산업 이사회는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했으며, 사내이사 1명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른 점심때부터 만남을 갖고 한 시간이 넘도록 상표권 수용 여부에 대해 토론했다. 이사들이 채권단의 수정안을 두고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해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 이사회가 채권단의 수정안을 수용한 것은 아니다"라며 "크게 양보해 사용기한과 관련된 조건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호산업 이사회는 두 차례에 걸쳐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액 대비 0.5% 사용 요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을 조건으로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허용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이에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달 사용요율 0.5%, 사용기한 12년 6개월로 조정해 사용을 허가해줄 것을 다시 요청했다. 대신 맞춰주지 못 한 조건(사용기한)에 대해서는 금호산업이 제시한 0.5%와 더블스타가 요구하는 0.2%의 중간값인 0.3%을 적용해 보전(847억 원)하기로 약속했다.
채권단은 일시금으로 한번에 지급해 847억 원을 보전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금호산업 이사회는 이를 매년 매출액 기준으로("기업 회계 원칙과 거래 관행상 정해진 정상적인 방법(매년 상표 사용료 수취)으로 체결할 것") 보전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에도 금호산업 이사회가 한 발 물러선 데는 명분없이 채권단의 수정안을 거절하면 배임 우려가 존재한다는 판단에서다. 채권단이 보전금을 약속한만큼 전면 거절이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매각의 공은 다시 더블스타로 넘어가게 됐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금호산업 이사회가 수용안을 거절할 경우 19일 주주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 간사인 KDB산업은행은 금호산업으로부터 공문을 받으면 더블스타와 상의한 뒤 채권단을 소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