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은행권 지각변동 ②] KB, 1위 목전이지만…文 캠프 출신이 장악하나

입력 2017-07-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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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에 민감한 최고경영진 인사…지배구조 일대변화 예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 은행장.(사진제공 KB금융지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 은행장.(사진제공 KB금융지주)

올해 KB금융그룹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있어 가장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오는 11월 윤종규<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연임 문제가 걸려있다. 여기에 지주 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은행장 분리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2년 넘게 공석인 감사까지 그룹 내 최고경영진 상위 3명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1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KB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로는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이 주로 거론된다. 김성진 전 재정경제부 차관보, 이정환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KDB산업은행 회장 등 금융관련 공공기관장 후보로도 같이 하마평이 나오는데, 문 캠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인물로 전해진다.

▲여의도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 본점.(사진제공 KB금융지주)
▲여의도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 본점.(사진제공 KB금융지주)

◇KB금융 최초 연임에 성공한 회장 나올까 = KB금융과 KB국민은행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배구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역대 3명의 KB금융 수장 가운데 임기 3년을 다 채운 인물은 고려대학교 총장을 지낸 어윤대 전(前) 회장뿐이다. KB금융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두 번의 정권 교체기에 최고경영자(CEO) 인사로 유독 곤란을 겪었다.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KB금융이지만 인사철만 되면 정치권과 CEO의 관계가 부각된다.

원인은 KB금융의 태생에서 찾을 수 있다. KB금융은 2001년 정부가 대주주였던 국민은행과 한국주택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이후 2003년 정부가 보유했던 국민은행 지분을 국민은행이 모두 사들이면서 독립했지만, 정부 입김은 계속됐던 셈이다.

어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대표적 낙하산이란 평을 들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인사로 평가받았던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은 주전산기기 교체 과정에서 경제관료 출신인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유례없이 충돌하면서 이른바 ‘KB사태’를 만들었고 동반 사퇴라는 불명예를 낳았다.

금융당국은 물론 KB금융도 회장과 행장을 분리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과 행장 간 극한 대립이 있었던 ‘KB사태’가 일단락된 데다, 지배구조상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양상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 측면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까닭에서다.

KB금융은 현재 은행장 대신 지주회사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형태이지만, 지주 사장의 역할론에 대해선 여러 면에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지주 내 회장과 사장이 존재하는 게 사실상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벌써 2년 이상 적임자를 찾지 못한 상근감사 자리도 KB지주가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그동안 감사직이 장기간 비어있던 이유는 감사위원회가 상근감사의 기능을 대행해서가 아니라 청와대가 바라는 인물과 금융당국 및 KB지주가 원하는 인사가 제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태가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윤 회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며 “정권마다 반복되는 불필요한 ‘관(官)피아’ 논란 역시 적폐(積弊)라는 점에서 이제는 청산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 김포시와 상생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오른쪽은 윤종규 국민은행 은행장, 왼쪽은 유영록 김포시장.(사진제공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 김포시와 상생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오른쪽은 윤종규 국민은행 은행장, 왼쪽은 유영록 김포시장.(사진제공 KB국민은행)

◇KB사태 여진 계속 중…“전문성·장기적 안목에서 투자 병행해야” = KB금융은 올 2분기 실적 전망치에서 신한금융그룹을 능가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내부 출신인 윤종규 현(現) 회장은 KB사태를 봉합하고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수익성을 끌어올려 신한금융을 바짝 추격하는 결과물을 가져왔다.

하지만 KB사태의 여파로 인해 주전기기 교체 및 통합전산센터 구축 등 추가 정보통신(IT) 투자가 경쟁사보다 많이 늦어지면서 단기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는 10월 김포시에 통합주전산센터 착공에 들어가는 KB금융은 2020년이나 돼야 통합전산센터를 마련한다. 신한·KB·하나·NH농협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통합전산센터 구축이 가장 늦다. KB금융의 최근 약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란 주장은 이런 뒤늦은 대형 투자에 근거한다.

앞서 신한금융은 2014년 용인시 죽전에 통합전산센터를, 다음으로 NH농협금융그룹이 올해 1월 농협중앙회까지 아우르는 의왕시 통합데이터센터 이전 작업을 각각 마무리했다. 지난달에는 하나금융그룹마저 인천 청라통합데이터센터 입주를 마쳤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장기적 경영전략 수립을 등한시한 정부와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KB금융과 국민은행의 CEO 자리를 차지하고, 나아가 최고경영진 간 갈등에서 촉발된 CEO 리스크는 KB금융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쓴맛을 경험하게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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