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규모가 연간 60조 원에 달하지만 정부는 중복·부정 수급 규모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복지센터 직원이 보조금 수억 원을 빼돌리다 최근 적발되는 등 허점을 노린 악용 사례가 계속되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 구축을 완료해 전면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 e나라도움은 예산편성, 사업수행, 집행 및 정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보조사업 진행 전 과정에 걸쳐 중복·부정수급 검증 체계를 갖췄다.
e나라도움은 △유사·중복사업 확인 △보조사업자 및 수급자 자격 검증 △보조금 중복수급 검증 △물품가격 적정성 확인 △거래 유효성 검증 △부정징후 모니터링 △중요재산 사후 검증 등 7단계로 구성돼 있다.
부정징후 모니터링 기능은 정부가 개발한 50개 부정패턴을 적용해 부정거래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자동 추출해 내는 방식이다. 시스템의 유사·중복사업 검증 기능은 내년 보조금 예산편성부터 활용된다.
보조금 통합예치 후 지급 방식(DVaT)도 적용됐다. 정부가 재정정보원에 보조금을 맡기면, 재정정보원이 보조사업자 거래처로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DVaT 도입 전에는 정부가 보조사업자에게 먼저 보조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일괄 지급해 왔다. 이에 허위 증빙에 의한 부정 지출과 남은 보조금을 반납하지 않고 오·유용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기재부는 지금까지 얼마 만큼의 세금이 누수되었는지 파악 조차 못하고 있다. 중복·부정 수급 여부를 파악하려면 보조금 집행 이후 사업 경과를 일일이 따져 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는 사이 막대한 규모의 세금은 이 같은 허점으로 ‘눈먼 돈’이 돼 왔다. 국고보조금 규모는 지난해 60조3000억 원, 올해 59조6000억 원에 이른다. 2014년 한 해에만 검찰과 경찰이 공조해 밝혀낸 보조금 비리는 3100억 원을 넘은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전까진 부정수급을 관리할 수 있는 툴이 없었다”며 “이번 시스템 보완으로 부정수급 방지와 행정 효율화 등 연간 약 1조 원의 재정수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