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일본 언론이 연일 추측성 보도를 쏟아 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을 중심으로 도시바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나 대만의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과도 협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최근 지지통신은 SK하이닉스가 그간 요구해온 의결권 취득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침묵하고 있다. 추후 상황이 워낙 유동적인 데다, 섣불리 반응을 내놓을 경우 일본 언론에 휘둘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도시바 의결권 취득 포기설에 대한 질문에 “진행 중인 협상 상황에 대해 현재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16일 SK하이닉스가 지금까지 주장한 의결권 취득을 포기하고 대출(융자) 방식으로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반도체업계는 지지통신의 보도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측이 현지 언론을 이용해 SK하이닉스를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의결권을 옵션으로 갖고 있다는 얘기는 매각 협상 초기부터 있었다”며 “지금와서 의결권 확보를 포인트로 잡고 협상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부 세력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의결권을 포기하면 컨소시엄 참여 실익을 얻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 부문을 인수할 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부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등 후발 주자의 추격을 뿌리치고, 1위 삼성전자에 맞서기 위해선 향후 낸드플래시 경쟁력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분 인수를 계속 얘기하고 있다”며 “도시바와 오랫동안 협력했고 어떻게 윈-윈(Win-Win)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당분간 도시바 반도체 매각 협상은 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도시바와 제휴관계인 미국 WD의 매각 중단 요구 및 소송전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WD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에 매각중단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했는데, 오는 28일 2차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