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 매각의 분수령이 될 매각 금지 요청 재판 결정이 유보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은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의 180억 달러(약 20조4000억 원) 플래시 메모리 사업 매각을 잠정 중지시켜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첫 심리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 해럴드 칸 판사는 이날 오후 WD가 낸 가처분 신청 첫 심리에서 양측 주장을 경청했다. 그러나 판결을 내리지 않고 다음 심문 기일을 28일로 정했다.
도시바는 올해 초부터 반도체 사업 매각을 추진해왔다. 지난달 말에는 한국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도시바와 욧카이치 공장에서 합작으로 메모리를 생산하는 WD는 “우리의 동의 없이 제삼자에 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이는 합작 계약에 따른 ‘동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 첫 재판이 열렸으나 판결이 미뤄진 것이다.
도시바는 메모리 등 주요 사업은 일본에 본사가 있어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의 관할 밖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WD가 동의권을 확대하여 해석해 소송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WD는 지난 5월 15일에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에도 중재를 신청했다. ICA의 재판은 다음 달 초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시바는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으로부터 패배한 적이 있다. 지난 11일 캘리포니아 법원은 도시바가 WD와의 마찰에서 비롯된 기밀정보 접근 차단 조치를 해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WD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WD의 손을 들어준 해럴드 칸 판사는 이날 심리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