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 폐기된 굴뚝의 존치 여부를 두고 서울시 재건축 단지 등 수도권 곳곳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흔적 남기기 차원에서 보존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의미 있는 보존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사유재(私有財)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4월 역사의 흔적을 남기는 차원에서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 측에 과거 난방 용도로 사용하던 굴뚝의 존치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청한 이래, 서울시와 조합 간의 공방이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 굴뚝은 난방 설비가 변경되며 사용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측은 이 굴뚝이 지은 지 40년 된 아파트의 흔적으로 과거 건축과 시민들의 생활·문화를 엿볼수 있는 역사적 보존물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조합 측은 서울시의 요구가 과도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굴뚝의 역사적 가치가 이를 반드시 존치해야 할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조합은 시민들이 굴뚝에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점을 들어 굴뚝이 필요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반포주공1단지 조합 측에 전체 66개 동에서 1개 동만 남겨두고 재건축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시가 굴뚝을 보존하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조합은 1개 동의 원형을 보존해 주거역사박물관으로 사용키로 했다.
현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서울시의 굴뚝 보존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수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통과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굴뚝 존치 논란이 거세지자 서울시 도계위는 19일로 예정된 이 단지의 심의를 다음 달로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굴뚝 존치 여부를 결정하는 건 지나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굴뚝 존치가 토지 효율성을 해칠 수 있음에도 재건축 단지라는 사유재에 존치 여부를 검토하라는 건 지나친 간섭”이라고 말했다.
굴뚝을 둘러싼 논란은 인천과 안양 등 수도권에서도 일고 있다. 12일 인천에선 한 시민단체가 인천시가 조성하는 공원 ‘뮤지엄파크’ 예정지 인근에 늘어선 10여 개의 공장 굴뚝을 보존해 달라고 민원을 제출했다. 경기도 안양시에는 이미 쓰지 않는 굴뚝을 존치 목적 자체를 위해 남겨둔 곳이 있지만, 시민들은 유의미한 구조물 보존으로 보고 있지 않다.
안양시청 관계자는 “부지를 기부한 고인의 뜻을 기리는 차원에서 존치하는 굴뚝일 뿐,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