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재산상 이익 제공과 관련한 준법성 현장 점검은 대형은행 6곳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아직 지방은행은 점검하지 않았다.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은행 등 지방은행 5곳도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업무를 맡고 있어 금융감독원이 조사 대상을 지방은행까지 확대할 경우 법 위반 은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6대 대형은행에 내려진 ‘현지조치’는 경영실태 점검에서 지적사항 단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미한 징계 수위다. 지자체 등에 출연금을 제공할 때마다 이사회를 열어 사전 의결을 받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각 은행들의 해명을 금감원이 수용한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별 지역영업본부에서 지자체 금고 선정이나 입점을 위한 협력 사업비 명목으로 지자체, 대학교, 병원, 공기업 등에 출연금을 내고 평소 이들 기관을 관리하는 만큼 재산상 이익 공여에 매번 본사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한 은행법 규정에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출연금 결정 과정에서 이사회의 실질적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등 이사회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이사회 사전의결 등에 관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점검을 마무리한 후 미흡한 점을 지도했으며, 일부 규정에 있어 해석 소지는 금융위원회와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행에 들어간 지 1년이 채 안 돼 계도기간이 필요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명백한 실정법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치고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의 지자체·대학·병원에 대한 출연금 지급액은 2012년 2016억 원, 2013년 2088억 원, 2014년 2167억 원, 2015년 2268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1407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2월말 광역자치단체 4곳, 기초자치단체 50곳 등 총 54곳의 지자체 금고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광역단체의 금고 규모도 △전라남도 6조3000억 원 △강원도 5조4000억 원 △충청북도 4조8000억 원 △대전광역시 4조1000억 원 등 예산만 21조 원에 육박한다. 은행 간 경쟁이 격화되는 이유다.
농협은행은 이달 들어 단 11일 만에 42억2500만 원을 금고 협력 사업비로 집행했다. 농협은행은 연말까지 계약 만료되는 54개 지자체 금고 가운데 무려 39곳에서 지자체와 관련한 모든 세수를 관리하는 ‘1금고’를 맡고 있는 절대강자다. 우리은행은 2014년 서울특별시 금고를 따내면서 향후 4년간 1400억 원의 출연금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