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일본 정부는 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자유무역협정(FTA) 성격의 경제연대협정(EPA)의 큰 틀에 합의했다는 것을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전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협상 상대방인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과 논의하고 나서 “각료간에 EPA 큰 틀 합의 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이날 정상회담에서 해당 합의가 정식으로 결정돼 발표될 예정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한 EU 고위 관리는 “투자자 보호제도 등 남아 있는 부분이 있어 최종 합의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최종 합의도 연내 달성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양측은 전체 무역 품목의 95% 이상에서 관세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의 탈퇴로 표류하게 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정도로 높은 자유화 수준을 이루게 된다.
초점이었던 유럽산 치즈에 대해서는 일본이 카망베르 등 부드러운 치즈를 바탕으로 앞으로 15년간 연간 3만~5만 t의 수입 물량에 대해서는 거의 제로(0)%에 가까운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유럽산 와인과 돼지고기 파스타 목재 등에 대해서는 관세를 대폭 낮추거나 철폐하는 방향으로 간다.
유럽은 대신 현재 최대 10%에 이르는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약속했다.
관세 이외에도 양측은 통관 원활화는 물론 빅데이터 유통과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도 합의를 본 상태다. 투자자 보호제도에 대해서는 큰 틀에 합의를 본 이후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에 최종 합의문 서명은 올 여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신문에 따르면 EPA가 발효하면 세계 인구의 8.6%와 국내총생산(GDP)의 28.4%, 무역 총액의 36.8%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TPP,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대등한 자유무역권이 생기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PA 합의 공식 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죽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석 리-마키야마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 소장은 “중국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는 한 일본과의 EPA는 유럽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큰 FTA”라고 말했다.
정치적으로도 EPA는 큰 의미가 있다. 유럽은 농가 수입 향상을 통해 농촌 사회에서 위세를 떨치는 포퓰리스트 세력이 약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참패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도 기사회생하게 된다. 아울러 아베는 TPP를 통해 농업과 같은 일본 경제에서 비생산적인 부문의 변화를 이끌려 했는데 EPA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적인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압박할 수 있다. 만일 미국 농부들이 EPA로 일본시장에서 유럽 경쟁자에 밀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트럼프의 변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