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7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의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 만이다. 두 사람 모두 세계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렵기로 손꼽는 정상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어떤 대화 결과를 도출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악관은 미국과 러시아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사전에 조율된 의제는 없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만남으로 즉석에서 나온 주제로 이야기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논의해야 할 이슈는 북핵 문제에서부터 미국 대선 해킹 관련 의혹,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분쟁 등 산적해 있다. 특히 현재 미국에서 지난해 대선 러시아 개입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두 정상이 이에 대해 언급할지 주목된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21개 주에서 러시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려고 선거 시스템 해킹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해 자신과 연계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정상회담에서 해당 주제를 굳이 꺼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트럼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같은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며 북한을 몰아세우기에 급급하다 지난 4일 북한이 ICBM 발사에 성공하면서 그의 외교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외교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궁지에 몰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이번 G20 정상회의라는 국제무대에서 외교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푸틴은 이에 상응하는 보답을 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미국과 유럽국가가 가한 경제제재로 타격을 받고 있다.
문제는 국제무대에서 ‘예측 불가능한(unpredictable)’‘스트롱맨’으로 통하는 두 인물이 서로에게 어떤 양보를 하고, 합의점을 찾을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 시절 국방부 차관을 지냈던 데릭 숄레이는 미·러 정상회담에 대해 “두 사람이 만나면 마초적 행동의 경쟁 수준이 올림픽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할 것”이라면서 “두 사람 모두 거칠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입장에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의 대(對)북 압박 강화 요구 속에서 중국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4일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데 합의했다. 사실상 중국이 러시아와의 밀월관계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다. 시 주석과 푸틴의 만남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이며 두 정상 간의 회동은 2012년 시진핑 취임 이후 20차례가 넘는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으로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푸틴과 친밀한 모습을 보이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진핑과 푸틴이 트럼프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함께 하고 있다”면서 “두 정상이 유리한 기회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과장된 무력 위협”과 전쟁을 피하는 외교적 “승리” 사이에 낀 형국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