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독일 함부르크에 집결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묵직한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
EU와 일본은 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자유무역협정 성격의 경제연대협정(EPA)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세계화가 아직 죽지 않았으며 트럼프 등 포퓰리스트들이 자유무역에 승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풀이했다.
양측은 수년 간에 걸친 지루한 협상 끝에 치즈와 자동차 등 가장 민감한 부문에서 합의를 이뤄내며 결실을 보기 일보 직전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G20 회의 하루 전인 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만나는 자리에서 큰 틀이 합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일정을 맞추면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 도착하는 순간 그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가장 강력한 거부를 표시하는 것이다. 설령 G20 회의에 맞춰 기본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하더라도 EPA가 체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FT는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양측은 전체 무역 품목의 95% 이상에서 관세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의 탈퇴로 표류하게 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정도로 높은 자유화 수준을 이루게 된다.
초점이었던 유럽산 치즈에 대해서는 일본이 카망베르 등 부드러운 치즈를 바탕으로 앞으로 15년간 연간 3만~5만 t의 수입 물량에 대해서는 거의 제로(0)%에 가까운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유럽산 와인과 돼지고기 파스타 목재 등에 대해서는 관세를 대폭 낮추거나 철폐하는 방향으로 간다.
유럽은 대신 현재 최대 10%에 이르는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약속했다.
관세 이외에도 양측은 통관 원활화는 물론 빅데이터 유통과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도 합의를 본 상태다. 투자자 보호제도에 대해서는 큰 틀에 합의를 본 이후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에 최종 합의문 서명은 올 여름 이후가 될 전망이다.
EPA가 발효하면 세계 인구의 8.6%와 국내총생산(GDP)의 28.4%, 무역 총액의 36.8%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TPP,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대등한 자유무역권이 생기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EPA는 큰 의미가 있다. 유럽은 농가 수입 향상을 통해 농촌 사회에서 위세를 떨치는 포퓰리스트 세력이 약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참패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도 기사회생하게 된다. 아울러 아베는 TPP를 통해 농업과 같은 일본 경제에서 비생산적인 부문의 변화를 이끌려 했는데 EPA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적인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압박할 수 있다. 만일 미국 농부들이 EPA로 일본시장에서 유럽 경쟁자에 밀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트럼프의 변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