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만으로 향하는 14억2000만 달러(약 1조6224억원) 어치의 무기 수출을 허용한다는 계획을 의회에 통보했다고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계획은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에 반하는 것으로 양국 관계가 급랭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미국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의회에 7건의 판매 제안서를 전달했으며 해당 판매 계약 가치는 14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무기 수출에는 조기경보 레이더, 대레이더 공중발사 미사일, 수뢰 등이 포함됐다. 의회가 30일 안에 제동을 걸지 않는 이상 해당 무기 수출 계획은 진행된다. 존 매케인(공화당), 마크 루비오(공화당), 벤 카딘(민주당 등 의원들도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당 계획 승인을 촉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에 무기 수출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다. 중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국가가 나타날 때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이들 국가에 거세게 반발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대만으로 무기를 수출하는 것이 합법적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만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무기 수출은 안정성 유지에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 대사는 “최근 미국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4월 회동에서 구축한 신뢰를 훼손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대만으로의 무기 수출에 나선 것은 대북한 정책과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같은 날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자금줄로 꼽히는 은행 중 하나인 중국 단둥은행을 제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압박용으로 대만 카드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트럼프는 당선인 신분이던 상황에서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당선 축하 전화통화를 받아 중국의 반발을 샀다. 그간 미국 역대 대통령은 중국을 의식해 당선 직후 대만 정상과의 전화통화를 꺼려왔다. 이에 미국 정부가 그간 오랫동안 지지해왔던 하나의 중국 정책 재검토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나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하나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아 상황을 일단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