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통업계에 아마존 공포가 커지고 있다. 아마존이 지난주 미국 메이저 식품유통업체 홀푸즈마켓을 137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이른바 ‘아마존 공포 종목 지수’에 해당되는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총 320억 달러(약 36조5440억 원) 증발하는 등 소매업계가 요동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영어로 ‘DEATH BY AMAZON’으로 불리는 ‘아마존 공포 종목 지수’는 아마존의 매출 확대와 신규사업 진출, 인수·합병(M&A) 등 약진으로 실적이 악화하는 54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와 백화점 체인 JC페니, 도서 소매업체 반즈앤노블, 사무용품 분야의 스테이플스 등 미국 대표 소매기업들이 포함됐다. 미국 투자정보업체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이 지난 2012년 2월 이 지수를 만들었다.
아마존이 홀푸즈 인수를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16일 뉴욕증시에서는 아마존 공포 종목들에 매도세가 몰렸다. 캘리포니아 소재 식품 유통업체 스마트&파이널스토어가 19% 폭락했고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는 9% 급락했다. 월마트 주가도 5% 가까이 빠졌다. 이들 아마존 공포 종목 중 절반 이상이 올 들어 두자릿수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아마존은 최근 실적 호조와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의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말 그대로 소매업계를 폭격하고 있다. 아마존은 설립 당시 온라인 서적 판매로 시작했지만 영역을 넓히더니 최근에는 신선식품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분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주 식품 유통업계에 이어 이번 주에는 의류 업계가 아마존의 새로운 희생양이 됐다. 아마존이 전날 ‘프라임 워드로브((Prime Wardrobe)’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인터넷에서 주문한 옷을 입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료로 반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백화점 등 주요 의류매장은 고객이 직접 옷을 입어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그나마 강점으로 남았으나 아마존이 이것마저 가져가려 하는 것이다. JC페니 주가가 이날 5.7% 급락하고 딕스스포팅굿즈가 3.8% 빠지는 등 의류 관련 종목이 쑥대밭이 됐다. JC페니와 시어스홀딩스가 올해 각각 100개 이상의 매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의 새로운 공세에 이들 업체의 쇠퇴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