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산운용사들의 딜레마

입력 2017-06-21 10:47 수정 2017-06-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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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 자본시장부 기자

올해 자산운용업계를 꿰뚫는 하나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퇴직연금펀드’이다. 100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은퇴 후 노후대비용 목돈 마련 수요가 늘어난 것을 운용사들이 영리하게 잡아냈다.

작년 8월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캐피털그룹과 손잡고 타깃데이트펀드(TDF· Target Date Fund)를 선보이며 퇴직연금펀드 전쟁을 시작했다. TDF는 개인별 은퇴 시점에 맞춰 미리 정해진 자동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글로벌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도 TDF 상품들을 출시했다. 내달에는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후발 주자들도 관련 상품을 선보인다. 삼성운용은 지난달 인출식연금펀드(RIF·Retirement Income Fund) 시리즈까지 선보였다.

TDF 시리즈는 노후자금 기반이 취약한 국내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힘이 되어 주는 일명 ‘착한 펀드’로 주목받았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챙기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 규모도 10조 원에 육박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일 기준 퇴직연금펀드 설정액은 9조3491억 원으로, 펀드 수는 435개에 달했다.

아쉬운 점은 미래에셋운용을 제외한 국내 TDF 시리즈 대부분이 해외 유수 펀드의 수익률에 기대는 재간접펀드란 점이다. 삼성TDF 시리즈와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TDF알아서’ 시리즈는 각 사의 협력사인 캐피털그룹, 티로프라이스 펀드의 수익률을 그대로 추종한다.

은퇴한 투자자들에게 꾸준한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글로벌 분산투자밖에 없다는 운용사들의 설명도 공감이 간다. 국내 증시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고, 인력·정보 부족에 따른 갈증을 해외 운용사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운용 전략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마다 볼멘소리를 냈던 업계가 아니었던가. “해외 운용사만 선정하면 우리는 운용 경험을 어디서 쌓느냐”던 외침과 대표 상품을 해외 운용사들에 도맡기는 모습이 오버랩되는 게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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