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경관에 전 세계인들로부터 휴양지로 사랑 받는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에 이슬람 급진주의 경고등이 켜졌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한 자유주의 성향의 블로거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몰디브 내 불안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29세의 야민 라시드가 지난 4월 괴한들에 의해 칼에 찔려 죽었다. 라시드는 지난 2014년 자신의 친구이자 이슬람 급진주의에 비판적이던 저명 저널리스트인 아흐메드 릴완 압둘라가 유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그를 찾기 위한 캠페인을 주도해왔다.
몰디브 경찰은 지난달 라시드 살해 사건 용의자 7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라시드 가족들은 국제사회의 협력이 없이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기는 어렵다면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조사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라시드 사건은 관광산업의 비중이 큰 몰디브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몰디브는 과거 30년간 독재자인 마우문 압둘 가윰의 통치 아래 온건 이슬람 국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민주화로 전환한 이후 종교의 자유가 더욱 폭넓게 허용되자 이슬람 원리주의인 살라피즘 등 급진주의 무슬림이 세를 불렸다고 NYT는 지적했다. 몰디브 출신으로 아일랜드 더블린시티대학의 연구원인 아즈라 나심은 “모든 살라피즘이 급진적인 이슬람인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몰디브 내에서 살라피즘이 제도화하고 있다. 그리고 살라피즘 안에는 ‘지하드(성전)’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안보 전문 컨설팅기업 소우판그룹의 지난 2015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몰디브에서는 200명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해 총인구(약 39만 명) 대비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몰디브 정부는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리조트 내 보안 강화와 항만·공항의 안전 평가를 골자로 하는 대테러 정책을 내놓았으며 올해 1월에는 여행객들에게 무슬림 국가 내에서의 행동 권고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따른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몰디브는 약 1200개에 달하는 섬 하나하나가 리조트인 독특한 구조이며 지난해 12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세계의 다른 휴양지에 비하면 테러는 드물게 일어나는 편이다. 거의 10년 전에 급진주의 무장단체 조직원들이 수도 말레에서 사제 폭탄을 터뜨려 관광객 10여 명이 부상한 것이 가장 최근에 일어난 테러 사건이다. 그러나 보안 전문가들은 괴한들이 섬 리조트에 쉽게 진입해 강도 행각 등을 벌일 수 있다며 당국의 주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