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또 다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될 위기에 놓였다. 새 정부와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를 적극 활용, ‘재벌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여 현대차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현대차 계열사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곳은 계열사 매출 비중(2016년 기준)이 전체 매출의 각각 66.9%, 58.4%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을 비롯해 단 한 곳도 없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총수일가 지분율을 인위적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본격 시행된 2015년에 총수 일가 지분 13.4%를 기관투자가에게 팔았으며 이노션도 같은해 16.7%를 상장공모 물량으로 내놓았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은 총수 일가 지분을 30% 아래로 맞춰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된 공정거래법이 통과되면 현대차의 그간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방법은 있다. 또 다시 지분율을 낮추면 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선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현대차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다.
무엇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재원 마련에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정 부회장은 두 차례에 걸친 지분 매각으로 8280억 원을 확보했다. 현재 소유지분 가치는 무려 1조3800억 원에 달한다.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에 출자한 자금은 2001년 설립 당시 투자한 30억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분을 20% 아래로 떨어뜨릴 경우 지배력 약화도 우려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면 경영 안정성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지분을 살 우호적인 기관투자가를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이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포함되면 정 부회장과 정 고문은 증여세를 부과받게 된다.
현재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김상조 위원장의 첫 개혁 타깃이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수단으로는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조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현대차·SK·한화·롯데·GS 등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들의 자료를 모두 제출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