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막을 앞두고 긴축을 꺼리는 ‘비둘기파’의 목소리가 다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떠오르고 있다.
기술주가 글로벌 증시 매도세를 주도하고 경기둔화 신호도 보이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회의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연준은 이날부터 이틀간의 FOMC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이번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 이후의 행보에 더 주목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초 FOMC에서 올해 세 차례 금리인상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시장은 연준이 3월에 이어 이달 금리를 올리면 올해 남은 기간에는 행동을 주저할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종합한 ‘페드워치(Fed Watch)’는 이달 금리인상 확률을 95.8%로 잡았다. 이는 1개월 전의 69.2%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6월을 포함해 12월까지 금리인상 횟수가 1회에 그칠 것이라는 확률은 47.1%로, 한 달 전보다 7%포인트가량 상승해 올해 금리인상이 두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졌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스즈키 도시유키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6월 금리인상 이후 추가 인상에 대해 시장은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농업 고용자 증가세 둔화와 신차 판매 부진 등 성장 가도를 달렸던 미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지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신문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사이의 장단기 금리 차이가 축소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이는 지난해 12월 약 2%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1%대로 축소했다. 이런 축소는 보통 경기둔화 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경기 확대에도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도 연준이 직면한 난제 중 하나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4.3%로 떨어졌지만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에 그쳐 전월과 같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그동안 글로벌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기술주가 지난 9일 급락하면서 연준 긴축 행보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자회사) 등 ‘FAANG’으로 불리는 소수 하이테크 종목군이 증시 과열을 주도했던 만큼 이들이 감속하면 전체 증시가 가파르게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트렌드가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비슷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 달러화 가치 하락도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떨어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ICE달러인덱스는 전날 97선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때 이 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기대 등으로 연초 14년 만에 최고치까지 상승했지만 지금은 트럼프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울러 시장이 이달 이후 금리인상 전망에 신중한 배경에는 연준이 자산 축소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준은 그동안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 여파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 8000억 달러에 불과했던 자산이 현재 4조5000억 달러(약 5083조 원)로 늘었다. 이에 연준이 연말 자산 축소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자산 축소도 사실상의 긴축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연준이 자산 축소와 동시에 금리인상 속도는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