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부투자기관의 금 보유고가 18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과 연기금, 국부펀드 등 750개 정부투자기관의 금 보유고가 3만1000t으로 전년보다 377t 늘어나면서 199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영국 리서치업체 공적통화금융기관포럼(OMFIF)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OMFIF의 다나에 키리아코포울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년간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당선 등 정치적으로 큰 충격이 있었다”며 “이는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금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 정부투자기관들은 금값 상승세도 활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금값은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와 11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급등하기도 했다.
앨리스테어 휴잇 세계금협회(WGC) 마켓 인텔리전스 대표는 “정부투자기관들이 강달러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금을 축적하기도 했다”고 풀이했다. 지난 1년간 영국 파운드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는 15% 올랐다. 그는 “최근 수년간 중앙은행 등 공공기관들은 전략적 금 보유량을 늘렸다”며 “많은 신흥국 중앙은행이 달러화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편중 현상을 헤지하기 위해서 금도 매입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에르메스투자관리의 세이커 누세이베 최고경영자(CEO)는 “정부투자기관들은 물가상승률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금을 축적할 것”이라며 “금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피난처”라고 밝혔다.
OMFIF 보고서는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이 안정적이지만 전 세계 정치환경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며 “이에 금에 대한 인기는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시장에서 금 선물 가격은 최근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트럼프에 의해 전격적으로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 8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영국의 정치환경도 악화하기는 마찬가지다. 집권 보수당은 지난주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해 향후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