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최근 실ㆍ팀장급 인사를 두고 내홍에 빠졌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공단 이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인사 전횡을 펼친 것이란 시각과 조직 안정에 최우선을 둔 인사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강 본부장은 최근 김재상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해외대체실장에 선임했다. 채준규 리서치팀장을 주식운용실장으로 승진시켰으며, 리서치팀장에는 엔지니어 출신인 77년생 오인범 팀장을 선임했다.
우선 채준규 실장의 승진에 대해 잡음이 일고 있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시 2조 원의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법원은 문형표 전 복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에 유죄를 인정하며 해당 보고서를 조작으로 판단했다. 법원이 조작된 것으로 인정한 리포트를 작성한 책임자를 국민연금의 주식운용실장으로 승진시킨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오인범 팀장을 후임 리서치팀장으로 선임한 것도 보복 인사의 한 측면이란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된다.
77년 생인 오 팀장을 리서치팀장에 임명하면서 이보다 나이가 많은 리서치팀의 일부 직원들의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리서치 팀은 검찰과 특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져 보복성 인사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김재상 실장의 경우 강 본부장과의 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김 실장은 과거 강 본부장과 메리츠자산운용 등에서 함께 근무했다. 둘의 인연이 20여년이 넘은 것을 고려하면 최측근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이러한 주장들과 정반대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관여한 국민연금 관계자의 유죄 판결과 본사의 전주 이전으로 조직이 흔들리고 있기에 안정에 방점을 둔 조치란 시각이다. 실장급 3명 인사 중 2명 인사는 내부에서 이뤄진 데다, 외부인사도 지원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적의 선발이란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조직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에서 오래 근무한 인사를 승진시키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민연금 기금본부는 전주 이전 이후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팀장보다 팀원이 나이가 많은 경우는 리서치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도 적지 않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대체 투자 경험이 많은 인력 자체가 많지 않다”며 “김 실장 채용은 투명한 채용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