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달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일정대로 진행하겠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러나 지난 8일 조기 총선 결과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상실하면서 브렉시트 협상이 난항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인디펜던트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브렉시트 논의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임을 확인했다. 총리실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예정된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의 발표는 독일의 앙겔라 메리켈 총리가 일정대로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뒤 나온 것이다.
메리켈 총리는 전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EU은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예정대로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는데 방해물은 없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이 합의된 일정을 고수할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또 “19일부터 시작할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이 좋은 파트너로서 계속 협력하기를 바란다”며“영국이 EU를 탈퇴해도 유럽의 일부인 것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메이 총리와 메르켈 총리가 협상을 예정대로 하기로 했으나 메이 총리가 천명한 하드 브렉시트 노선을 계속 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첫 번째 이유는 메이 총리가 속한 보수당이 과반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와 협의를 하고 있으나 쉽게 결과가 도출될 것 같지 않아서다. 총선 직후 보수당과 DUP는 연정 구성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합의가 맺어지진 않았다. DUP는 이번 총선에서 10석을 얻었고 보수당은 318석을 얻었다. 양 당이 연정을 맺으면 과반인 326석 이상 확보가 가능하다.
보수당 의원 중에서 DUP와의 정책적 차이를 걸림돌로 지적하는 의원들이 생겨났다. 현재 DUP는 성 소수자의 권리, 낙태 정책 등에 반대하며 보수적인 견해를 취하고 있다. 보수당의 한 의원은 “점점 더 많은 당원이 DUP와의 연정에 대한 회의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양당 간 합의할 수 없는 것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관했다.
DUP와 연정이 되더라도 난제는 남아있다. DUP는 브렉시트는 찬성하나 하드 브렉시트가 아닌 소프트 브렉시트에 무게를 두는 정당이다. 하드 브렉시트가 추진되면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 동맹에서 분리되는데 북아일랜드를 기반으로 하는 처지에서 국경 통제가 강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DUP의 알린 포스터 대표는 앞서 “누구도 하드 브렉시트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브렉시트 협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또 다른 근거는 보수당 내 메이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커진 탓이다. 메이 총리는 10일 자신의 최측근 보좌진 두 명을 사임시키면서 책임론을 무마했다. 닉 티모시와 피오나 힐 총리실 총리실 공동비서실장이 사임하면서 당장 메이 총리를 향한 사퇴설은 들어갔으나 보수당의 입지는 크게 약화했다.
메이 총리를 대체할 차리 총리 후보도 벌써 거론되는 분위기다. 영국의 주요 언론들은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차리 총리로 꼽고, 신문 기사 헤드라인에 올렸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