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등 찍은 메이 총리...英, 브렉시트 협상 안갯속

입력 2017-06-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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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9일(현지시간) 남편 필립 씨와 함께 런던 중심부에 있는 보수당 당사를 나오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9일(현지시간) 남편 필립 씨와 함께 런던 중심부에 있는 보수당 당사를 나오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영국 집권 보수당이 8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조기 총선 카드를 내민 테리사 메이 총리의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오후 10시 투표 마감 후 개표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시간 오후 2시 현재 하원 650석 중 634석이 확정됐다. 그 결과 여당인 보수당이 309의석, 제1 야당인 노동당이 258의석, 스코틀랜드국민당이 34의석, 자유민주당이 12의석 등으로, 보수당이 과반인 326의석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것이 확실시됐다.

이에 보수당은 소수 여당으로 정권을 유지하거나 다른 정당과의 연립을 모색하게 되며, 총선을 앞당겨 실시한 메이 총리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중순 시작 예정인 브렉시트 협상에도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국 의회에서는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를 ‘Hung Paliament(헝 의회)’라고 한다. 선거 결과 헝 의회가 된 경우에는 소수 여당에 의한 정권을 유지하거나 여러 정당이 연립 정부를 구성하거나 한다.

영국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 2대 정당이 교대로 정권을 담당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선거제도도 2대 정당에 유리한 ‘단순 소선거구제’가 채용돼, 강하고 안정된 정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져왔다. 이 때문에 제2차 세계 대전 후 실제로 헝 의회가 출연한 건 단 두 차례였다. 이 중 1974년 총선에서는 여당인 보수당이 야당인 노동당에 간발의 차이로 패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의회의 관례에 따라 먼저 보수당이 다른 정당과의 연립을 시도했지만 협의가 결렬돼 제1당의 노동당 정권이 탄생하기도 했다. 또한 2010년 총선에서도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제1당이 된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에 의한 전후 최초의 연립 정권이 출범한 바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날 자신의 선거구인 잉글랜드 버크셔의 메이든헤드에서 재선을 결정한 후 연설에서 연립 정권 수립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현재 영국이 무엇보다 필요로하는 것은 안정된 시기”라면서 “예측이 보여준 바와 같이, 보수당이 득표수와 의석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면 이러한 안정된 시기를 확보하는 것이 의무이며, 우리는 그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설 도중 메이 총리의 목소리가 이따금씩 떨렸다고 전했다.

선전한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당수는 자신의 선거구에서 재선을 결정한 뒤 연설에서 “메이 총리는 유권자의 신뢰를 얻으려고 조기 총선을 단행했지만, 결과는 득표와 의석 수를 모두 잃었다”며 “전 국민을 진정으로 대표하는 정부에 길을 양보하는데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현재로서 보수당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보수당이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건 북아일랜드의 유럽연합(EU) 탈퇴파인 민주통일당(DUP)의 지지를 얻어 집권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DUP의 포스터 당수는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미래에 대해 숙고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EU 탈퇴의 실행 가능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DUP는 이미 10석을 확보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국은 EU 정상과 2주 이내에 협상을 시작할 전망이지만 연기 가능성이 높다. 협상 시작이 늦어지면 EU와의 조율 기간도 짧아진다. 또한 치열한 선거전에서 표심이 갈린 만큼 다음 총리가 누가 되든 스스로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수당 정권이 존속할 경우, EU 탈퇴 의제는 의회의 강경 탈퇴파 의원에 의해 설정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메이 총리나 혹은 후임이 양보할 여지는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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