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자회사인 가상현실업체 오큘러스의 팔머 럭키(24) 설립자가 감시기술 전문 스타트업으로 복귀했다.
지난 3월 페이스북을 떠난 럭키는 개인자금으로 감시장비와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최근 세웠다고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팔머 럭키는 지난 2014년 페이스북에 오큘러스를 무려 20억 달러(약 2조2360억 원)에 매각하며 억만장자에 오른 것은 물론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그의 성향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9월 럭키가 트럼프의 대선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조롱하는 사이트인 ‘님블 아메리카’에 기부했다는 소식이 폭로되면서 반(反) 트럼프 분위기가 팽배한 실리콘밸리에서 버티기 힘들어진 것이다. 그는 당시 이 사이트에 1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한편 유명 게임 개발사인 제니맥스가 오큘러스와 럭키 등을 대상으로 지적재산권 침해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5억 달러 손해배상금을 받아내는 등 일부 승소한 것도 럭키의 퇴사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럭키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그는 오큘러스 창업 멤버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 다이커스 등 몇몇 사람을 영입해 방위산업과 연관된 스타트업을 세웠다고 NYT는 전했다.
그가 세운 회사는 국경과 군 기지 경비 등에 쓰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럭키는 이메일 성명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방위기술에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혁신의 속도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느리다”며 “우리는 납세자의 돈을 아끼면서 우리의 군대와 시민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 새로운 형태의 방산업체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명칭이나 초기 투자 등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지만 실리콘밸리 내 트럼프 지지자로 유명한 피터 틸이 자신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적외선 센서와 카메라는 물론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기술인 ‘라이다(Lidarㆍ레이저를 이용한 센서)’를 활용해 새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