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개혁을 단행한 지 6개월째에 접어든 인도에서 전자결제비율이 커지면서 페이티엠이 급성장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검은돈 근절을 위해 화폐 개혁을 시행하자 현금 유통이 더뎌졌다. 그 결과 사람들이 전자결제에 몰리면서 페이티엠이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모디 총리는 작년 11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4시간 후부터 1000루피(약 1만7410 원)와 500루피 지폐를 사용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화폐 개혁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페이티엠은 “인도 역사에 남을 대담한 결정”이라며 기존 고액권 사용 금지를 반기는 광고를 신문 전면에 냈다. WSJ에 따르면 페이티엠은 정부의 화폐 개혁을 기회 삼아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 총공세를 폈다. 앱 접근을 더 간편하게 하고 인도 내 작은 상점에까지 전자 결제가 가능하도록 1만 명의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사용방법을 알렸다.
페이티엠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페이티엠의 마르후르 데오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도 내 500만 개의 소매업체들은 현재 현금보다 신용카드로 결제를 받는 비율이 5배 더 높다고 밝혔다. 페이티엠의 사용자는 2억2500만 명에 달한다. 경쟁업체인 프리차지와 모비퀵이 각각 55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 업체보다 네 배 많은 사용자를 둔 셈이다. 급성장하는 페이티엠에 지난달 19일 일본 소프트뱅크는 14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로 페이티엠의 기업 가치는 70억 달러에 이르렀다.
페이티엠이 성장하자 비자이 셰크하르 샤르마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몸값을 높였다. 38세의 그는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인도에서 가장 어린 백만장자로 이름을 올렸다. 샤르마 CEO는 간부들에게 구체적인 직책을 부여하지 않고 유연하게 직무를 옮길 수 있게 했다. 직무에 유연성을 높여 조직을 가볍게 한다는 전략이다. 포레스터리서치의 사티쉬 미나 선임 애널리스트는 “샤르마 CEO는 경영에 엄격한 주도권을 갖고 있다”며 “주주들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회사의 비전을 보고 나아갈 길을 설정한다”고 분석했다.
페이티엠은 현재 인도 전자결제시장의 선두주자이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페이가 인도 시장에 진출했고,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이 인도를 대상으로 온라인 금융 거래 기능을 도입하려고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왓츠앱은 인도에서 월 사용자가 2억 명이 넘는다. 왓츠앱 총 사용자의 5분의 1이 인도인인 만큼 인도에서 온라인 결제 기능을 시험하려는 것이다. 또 화폐 개혁 후폭풍이 잦아들고 현금 유통이 정상화되면 페이티엠의 성장세도 주춤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