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역대급의 상승장을 보였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헛손질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달간의 파죽지세 랠리 속에서 개미들이 집중 매수한 종목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보였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는 0.27%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200선에서 2340선으로 6.4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온도 차다.
개미들이 가장 많이 쓸어담은 종목은 7564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삼성전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5월 10일 최고점(236만1000원)을 찍은 후 조정을 거치면서 지난 한 달간 0.18%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삼성전자를 9312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도 5815억 원 순매도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설 때, 개미들은 허겁지겁 주워 담은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 이어 집중 매수한 종목은 3285억 원어치를 사들인 넷마블게임즈와 2903억 원어치를 담은 한국전력으로 각각 6.17%, 5.84%의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 코스맥스(-9.86%), SK이노베이션(-1.17%), 두산인프라코어(-15.57%)도 주가가 하락했다. 그나마 오른 종목은 엔씨소프트(5.14%), 오리온(18.05%), KODEX 레버리지(12.73%) 정도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순매도한 현대모비스(23.65%), 현대차(13.19%), LG전자(19.39%), 삼성SDI(20.36%), LG화학(10.22%), 삼성생명(11.42%), 기아차(12.05%) 등은 줄줄이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다. 순매도 상위 10종목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13.19%에 달했다.
또한,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10종목은 평균 1.46%, 4.21% 수익률에 그쳐 ‘알짜 쇼핑’에 성공했다. 이들이 많이 팔아치운 종목에는 개미들이 열심히 사모은 넷마블게임즈, 한국전력, SK이노베이션 등이 포함된다.
코스피 강세에도 되풀이되는 개미들의 헛손질은 이들의 호흡이 기관과 외국인보다 짧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승장에서 우량 종목을 선별하고 진득하게 투자할 심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5~6년 코스피 박스권을 거치며 주가 하락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면서 “반짝 상승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절대 주가만 보고 들고 있었던 주식을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불꽃 장세가 이어진 지난 한 달 동안 오히려 1조8333억 원의 자금을 뺐다. 특히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피가 하루도 쉬지 않고 오르면서 종가 기준 2350선까지 치솟았던 시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더멘털을 고려하지 않는 단기 투자 중심의 접근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개미는 영원히 뒤처질 수밖에 없다”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