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6개월 전 단행한 화폐 개혁의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검은돈 근절을 위해 화폐 개혁을 시행했으나 현금 유통에 문제가 생겨 결과적으로 소비 침체의 수렁에 빠졌다.
작년 11월 8일 오후 8시, 모디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4시간 후부터 1000루피(약 1만7410 원)와 500루피 지폐를 사용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고액권을 없애는 대신 2000루피 신권을 발행하는 화폐 개혁을 단행한다고 모디 총리는 설명했다. TV를 보다가 당황한 인도 국민은 당장 ATM 기기로 향했다. 그때부터 인도 전역에서 ATM 기기 앞에 긴 행렬이 이어졌다. 이틀 후인 10일, 인도 은행이 2000루피를 교환하기 시작하면서 은행 앞에 긴 줄이 생겨났다. 연내 구권을 신권으로 바꾸지 못하면 휴짓조각이 되기 때문이었다. 1000루피와 500루피는 인도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요화폐로 당시 유통화폐의 84%를 차지했다.
화폐 개혁을 단행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심각한 소비 침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인도 중부 지방의 마디아 프라데시주의 한 사립 초등학교는 “지난해 11월 말이 납기 마감일이었으나 연초까지 납부를 마친 학생은 20명뿐”이라며 “자금난으로 학교는 폐교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화폐 개혁의 목표였던 검은돈 근절도 달성하지 못했다. 원래 계획은 은행에 신권을 교환하려고 온 고객에게 자금의 출처를 물어 의심이 가면 세무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탈세 혹은 부정부패가 두려웠던 부유층은 길가에 뭉칫돈을 버리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화폐 개혁 초반 “약 3~5조 루피가 은행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다. 검은돈을 전문적으로 세탁하고자 사람들은 묘책을 내기도 했다. 40만 루피의 검은돈이 있었던 뉴델리의 한 50대 주부는 보석상에서 40만 루피를 모두 금으로 사들였다. 돈을 받은 가게 주인은 화폐 개혁 발표가 있기 전 영수증을 위조해줬다.
기업도 발 빠르게 돈세탁에 착수했다. 작년 11~12월 동안 인도 기업들은 부정하게 축적한 자금을 직원들에게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했다. 회사는 불법으로 쌓은 자금을 직원 개인 계좌에 입금하게 한 뒤 회사에 다시 토해낼 것을 주문했다. 결국 지하 경제는 잡지 못하고 소비 활성화만 막은 셈이다. 한 여당 정치인은 모디 총리의 화폐 개혁을 두고 “모기를 죽이려고 폭탄을 투하한 격”이라며 “그런데 정작 모기는 많지도 않았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