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이 같은 선언은 빛이 바래고 말았다. 코스닥 대장주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이전상장을 결심해 버린 것이다. 카카오는 25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주권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코스닥시장을 떠나 유가증권시장을 택한 카카오에 시장은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우선 카카오가 이전상장을 할 경우, 다른 대형주들의 연쇄적인 이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2008년 네이버, 동서 등 대장주를 비롯해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긴 상장사는 10곳이 넘는다.
또 카카오가 빠져나갈 경우 코스닥시장의 가치가 많이 낮아질 것이다.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가 빠져나가면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시장의 매력도 낮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수요가 많이 줄어들 것이고, 그 영향이 결국 후배 벤처기업들에도 갈 것이다. 특히 앞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 예정인 기업들의 공모자금 규모도 시장 가치에 비례해 낮아질 것이다. 선배 기업으로서 성공을 꿈꾸는 후배 벤처인, 창업인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 것과는 반대의 길이다.
마지막으로 카카오는 코스닥시장 입성 시 세제 혜택을 받으며, 어느 정도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었다. 실제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양도소득세 비과세, 배당소득세 비과세 및 분리과세, 상속 및 증여재산 평가 시 시세 인정,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행사이익 비과세 등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만약 카카오가 상장 당시 곧바로 유가증권시장으로 갔었다면 이 같은 혜택은 못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 같은 기회를 이용한 뒤, 더 큰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려 한다.
물론 카카오 입장에서만 봤을 때, 코스피로 가면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도 상승 등 좋은 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 코스피 이전상장이 곧 주가 상승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해당 시장에 어울리는 펀더멘털을 갖추는 게 우선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코스피 이전상장은 경영진이 결정한 경영활동의 결과물이기에 제3자가 왈가왈부(曰可曰否)할 사안은 아니다. 다만 미래 코스닥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기존에 상장한 후배 상장사는 물론, 앞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새내기 기업들을 위해 든든한 큰 형님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렸다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1995년 설립된 다음커뮤니케이션이 2014년 다음카카오와 합병하면서 재탄생한 카카오(당시 다음카카오)는 20여 년간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으로 100배 이상 매출 성장을 이끈 국내 IT업계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IT 업계를 주도하며 성장해 온 카카오가 코스닥시장을 끝까지 지키며 ‘터줏대감’이 되어 준다면 코스닥은 얼마나 든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