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방침에 발맞춰 산업통상자원부가 산하 기관의 비정규직 3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에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규직 전환 방식에 따라 부담할 비용이 크게 증가하거나 임금과 처우는 그대로인 채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산업부 산하 41개 공공기관(공기업·준공공기관)은 26일 오후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비정규직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각 공공기관은 기관별로 고용하고 있는 기간제·계약직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 파견·외주용역 등 간접고용 인원수,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규모와 이에 따르는 비용,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사정 등을 보고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관별 비정규직 고용 현황과 단순 청소·용역직인지 등 업무의 성격, 소요 비용이 얼마나 되고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들어보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산하기관 중에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한전의 직접고용 비정규직 직원은 600명이다. 하지만 청소·경비 등 파견과 용역 등을 포함한 간접고용 직원은 7700명에 달한다. 한수원은 7300명이고 5개 발전공기업은 각 500명, 강원랜드는 1500명, 코트라(KOTRA)는 500명 등이다. 41개 공공기관에 총 3만 명의 비정규직(간접고용 포함)이 있다.
중앙 부처 가운데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25개 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연구원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금보험공사는 25일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조기에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규직화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문제는 정규직 전환 방식이다. 해당 공공기관이 직접 및 간접 고용한 비정규직을 기존의 일반 정규직과 똑같은 직군으로 전환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정규직 내 별도의 직군을 신설해 복지 혜택은 동일하게 보장하되 임금은 ‘직무급(직무 난이도에 따른 급여)’을 통해 적게 주는 ‘중규직(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과 공공기관이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곳의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노동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노동계는 중규직과 자회사 정규직 채용 모두 고용 안정성은 높아지겠지만 임금과 복리 등 처우는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산업부 산하 한 공기업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예산 지원이 없다면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