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질린 메르켈 “더 이상 미국·영국에 의존할 수 없다…우리도 마이웨이”

입력 2017-05-2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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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이후 회의감 커져…“유럽, 자신의 운명 스스로 결정해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가진 정치 집회에서 맥주잔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유럽이 자신의 운명을 위해 스스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뮌헨/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가진 정치 집회에서 맥주잔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유럽이 자신의 운명을 위해 스스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뮌헨/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주말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미국과의 동맹에 깊은 회의감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도 이젠 독자노선을 걸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2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열린 정치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단으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미국이 분열된 상황을 반영해 미국을 더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는 “지난 며칠간 내가 경험한 것처럼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며 “우리 유럽인은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의 손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영국을 염두에 두고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되면 영국이 없는 미래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며 “물론 우리는 미국, 영국, 그리고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이웃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우리 자신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G7 정상들이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열린 이틀간의 회의를 통해 충돌한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열과 대립의 중심에는 트럼프가 있었다. 트럼프는 회의 기간 보호무역주의를 부르짖었으며 G7 정상 중 유일하게 지구온난화 대책인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에 대한 지지 표명을 유보했다.

트럼프는 이번 주 파리협약 탈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메르켈 총리는 미국의 잔류를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후변화 논의는 매우 불만족스러운 것이었다”며 “미국이 파리협약에 남을 것이라는 신호는 없었다”고 말했다.

유럽이 스스로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메르켈의 발언은 이날 청중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멀어지는 대신 프랑스와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려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달 프랑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이 EU에 반대하는 마린 르펜에게 승리한 것을 들면서 “마크롱이 프랑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프랑스 사람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유럽을 다시 믿기를 원한다”며 “독일이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돕겠다”고 다짐했다.

유럽 첫 순방길에서 트럼프는 기후 문제 이외 독일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와 낮은 방위비 분담 비율을 강도 높게 비판해 메르켈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G7 정상회의 하루 전인 25일 EU 고위관리들과의 회동에서 무역흑자를 이유로 “독일인은 나쁘다”라고 말해 메르켈이 “부적절한 비판”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을 유발했다.

트럼프는 또 지난 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서도 유럽 각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가 최소 2% 이상이 돼야 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꾸짖었다. 그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나토는 쓸모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는 이번 회의에서 동맹국에 집단안보 원칙을 명시한 ‘나토 조약 5조’를 준수하겠다는 선언을 절대 하지 않아 동맹국을 불안에 빠뜨렸다.

이에 백악관 고위관리들이 트럼프의 좌충우돌 파장을 줄이고자 뒷수습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나토 5조 약속을 확실하게 지키고 있다”며 “미국이 이미 1949년 나토 창설 조약에 서명했기 때문에 트럼프에게 그런 약속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또 트럼프가 나토 국가들에 방위비 지출 확대를 요구했지만 그가 하는 모든 것은 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독일 정부 내에서 EU가 좀 더 강하게 통합돼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최근 FT에 “독일의 최우선순위는 영국이 없는 상황에서 나머지 유럽 국가들을 가능한 한 더욱 밀접하게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트위터에 “메르켈의 발언은 분수령적인 순간을 나타낸 것”이라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가장 피하려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서 지난 2002~2003년에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가 조지 W. 부시의 이라크 침공 지지를 거부하면서 독일과 미국 관계가 긴장됐지만 메르켈 총리의 이날 발언은 대서양을 사이에 둔 양측의 분열이 전반적으로 심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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