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규모와 비용을 줄이고 검소하게 치르는 ‘작은결혼식’이 젊은층의 새로운 결혼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취업난, 높은 집값 등 현실적인 경제적 문제에 부딪히면서 불필요한 형식을 없애고 비용을 아끼려는 움직임이 일명 ‘스몰웨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젊은층이 스몰웨딩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합리적인 비용이다. 통상 신혼주택자금을 제외한 결혼비용은 약 7690만 원(듀오웨드 ‘2017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달한다. 예물과 예단, 혼수 등을 뺀 예식장과 웨딩패키지(드레스·메이크업) 비용만 따져도 평균 2210만 원이 든다. 그러나 스몰웨딩을 선택하면 기존 예식의 3분의 1 수준인 600만~700만 원으로 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또한 틀에 박힌 듯한 결혼식 대신 참신한 아이디어와 개성이 돋보이는 의미있는 결혼식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지난달 22일 월드컵공원 잔디밭에서 친환경·저비용 콘셉트로 진행된 일명 ‘소풍결혼식’의 예식 비용은 약 700만 원이었다. 소풍결혼식답게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등으로 피로연을 대신하고, 일회용 생화나 화환 사용을 자제해 비용을 줄였다.
저렴한 비용으로 시설대관이 가능한 청와대 사랑채와 서울 시민청 등 공공시설 예식장 활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청와대 사랑채를 이용할 경우 일반 결혼식의 10분의 1 수준인 240만 원으로 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서울 시민청 관계자는 “분기별로 30쌍을 선발하는데, 경쟁률이 평균 3대 1 정도다. 작은 결혼식 취지와 가장 근접하고, 독특한 콘셉트로 진행하려는 예비부부를 우선 선발한다”면서 “만족도도 8~9점(10점 만점)으로 높게 나타난다. 6만6000원의 저렴한 대관비용과 1일1회 예식으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부분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공공시설 예식장은 224개이며, 지난해 1632쌍이 공공시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소중한 사람들과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고자 소강당을 빌려 미니콘서트 형식으로 결혼식을 치르는가 하면, 고택을 빌려 전통혼례를 올리는 등 이색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 신혼 부부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채용정보 사이트인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스몰웨딩을 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의 변화에 발맞춰 ‘작은결혼정보센터’를 운영하면서 작은결혼 서명 운동 등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스몰웨딩이 보편화되기까지 아직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기성세대와 젊은세대의 인식 차이 탓이다.
결혼 컨설팅 업체 듀오웨딩 관계자는 “처음 결혼 이야기가 오갈 때는 스몰웨딩 진행을 언급하지만, 실제로 준비가 시작되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한다”면서 “세대 간의 갈등이 해소되면 현재보다 스몰웨딩 준비과정이 편안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