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의 한 트럼프 지지자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울해지고 싶지 않다”며 “그래서 나는 듣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영국 BBC방송에 “우리는 팩트를 알 필요가 있다. 진실을 전하지 않는 언론을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악이라고는 하지만, 17일(현지 시간)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의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의 85%는 여전히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고수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지지자들을 비난만 할 수 있겠는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현상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언론의 잘못이다.
트럼프가 러스트벨트(제조업이 쇠퇴한 미국 중서부 지역) 근로자들에게 공장 일자리를 되돌려 놓겠다고 부르짖을 때 주목한 언론은 얼마나 되는가. 대선 직전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1%로 놓았다가 개표 과정에서 결과가 역전된 현상은 초라한 언론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겠다. 신문·방송만 보면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줄 알았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누굴 탓하겠느냐 말이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탈진실(Post-truth·脫眞實)’을 2016년의 단어로 선정했다. 사람들이 객관적인 사실 대신 자신의 신념이나 감정으로 여론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도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에 휘말렸는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페이스북이 아니라 언론 스스로가 이런 시대를 만든 것이다.
크리스티안 아만푸어 CNN 수석 특파원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충격적인 트럼프의 승리 이후 기고한 글에서 “진실을 진부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지한 분석과 성찰을 통해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서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한 것이다. 해법도 이 말에 있는 듯싶다. 어느 시대가 됐든 기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진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