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내정자를 생각하면 그가 추천해 준 와인이 특히 떠오른다. 김 내정자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즐기기보다는 와인을 즐겨 마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내정자가 기자에게 추천해 준 와인은 국내에서도 대중적인 아르헨티나 와인 ‘카이켄(KAIKEN)’이다.
그가 이 와인을 추천해 준 이유는 맛이 일품이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공직자(公職者)다운 추천의 이유가 있다. 이 와인에는 추사(秋史) 김정희가 그린 것처럼 안데스산맥이 단순하게 굵은 선으로 그려져 있다. 알다시피 안데스산맥은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나눈다.
여기서 핵심은 카이켄이다. 카이켄은 잉카어로 ‘안데스 산맥을 거쳐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넘나들며 사는 거위’를 일컫는다.
예산실장과 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지내면서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어 있는 정치 지형 속에서 어려움을 겪은 김 내정자는 카이켄 와인을 설명하면서 매우 진지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카이켄은 기자가 좋아하는 와인이 됐고, 와인을 마실 때마다 항상 김 내정자를 생각해 왔다.
문 대통령은 김동연 총장을 지명하면서 “기획예산처와 기재부의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경제에 대한 거시적인 통찰력과 조정 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경제 관료란 점에서 지금 이 시기에 경제부총리의 적임자(適任者)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경제 사령탑인 경제부총리의 인선에서 종합적인 위기관리 능력과 과감한 추진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며 “김 총장은 저와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청계천 판잣집 소년가장에서 출발해 기재부 차관과 국조실장까지 역임한 분으로 누구보다 서민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작고한 리영희 한양대 석좌교수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의 서문에서 “진보의 날개만으로는 안정이 없고, 보수의 날개만으로는 앞으로 갈 수 없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균형 잡힌 인식으로만 안정과 발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동연 내정자가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넘나드는 거위 카이켄처럼 진보와 보수,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경제의 조화로운 성장에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