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주요국과의 6개월여간의 외교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17일부터 미국·중국·일본·러시아에 특사를 파견한다. 또 한미 양국이 6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해 4강 외교를 본격 가동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외교 안보라인 인선도 앞당길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특사단은 문 대통령의 친서를 4강 정상 또는 정부 최고위급 관계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특사단은 미국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전 중앙일보·JTBC 회장), 중국 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일본 특사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러시아 특사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EU·독일 특사인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구성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이 일괄적으로 출발하는 게 아니고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각자 판단해 출발할 것”이라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특사단이 오면 만나겠다고 했고 중국, 일본 미국, 미국 정상들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먼저 첫 테이프는 일본 특사인 문 의원이 끊었다. 문 의원은 17일 오전 일본으로 파견돼 일본 정부와 위안부 합의 재협상 문제와 소녀상·독도 문제 등 현안을 조율하고 새 정부와 한일 간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대미 특사인 홍 이사장도 이날 오전 10시 30분 비행기로 미국으로 떠났다. 홍 이사장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비용이나 자유무역협정 개선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6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의 세부 일정과 의제 조율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의 특명을 받은 중국 특사인 이 전 국무총리는 18일 오전 9시 20분 비행기로 출발할 예정이다. 이 전 총리는 사드 보복과 북핵 문제 등 현안 조율과 한·중 관계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만나는 러시아 특사인 송 의원은 북핵 공조를 비롯해 북극 항로 개척, 송유관 연결 등 경제 현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문재인 정부는 처음으로 EU·독일에 별도의 특사단을 파견해 다원화된 협력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특사 파견 의미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가진 4대 강국과 유럽연합(EU) 특사들과 오찬 자리에서 “선거 내내 새 정부의 외교 정책을 국익 중심 맞춤형 협력 외교라고 천명했는데 이번에 특사로 가시는 분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맞춤형 특사라고 본다”며 “새 정부가 ‘피플 파워’를 통해 출범한 정부라는 의미를 강조해 주고 특히 이제는 정치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하게 됐음을 강조해 달라”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4강·유럽연합(EU) 특사에 이어 교황청에 김희중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을 특사로 파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