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이 지난 1941년 창립 이후 76년 만에 첫 신약 ‘베시보’를 배출했다. 국내제약사 2곳이 공동개발한 첫 신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매년 국내 시장에서 매출 선두권을 차지하는 B형간염치료제의 확장성을 고려하면 약효와 안전성만 확인되면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경쟁약물의 특허만료에 따른 복제약(제네릭)의 무더기 등장, 후속약물의 등장 임박 등의 변수로 시장성을 낙관하기엔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개발 신약 28호이며 지난해 5월 한미약품의 항암신약 ‘올리타’가 허가받은지 1년 만에 배출된 국산 신약이다. 베시보는 보건당국과의 약가협상을 거쳐 올해 말께 판매를 시작할 전망이다.
베시보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뉴클레오타이드계열 만성B형간염치료제로 일동제약이 지난 1941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배출한 신약이다. LG화학(옛 LG생명과학)이 개발 막바지 단계에서 일동제약에 판권을 넘기면서 주목받은 약물이다.
지난 2012년 LG화학은 베시보의 임상2상시험까지 완료한 상태에서 일동제약에 판권을 이전했다. 일동제약이 임상3상시험부터 허가·생산·판매 등을 담당하는 내용이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상업화가 임박한 신약의 판권을 경쟁사에 넘겨준 최초의 사례다. 당시 정일재 전 LG생명과학 사장이 부임 이후 “주력분야에 연구개발과 사업역량을 집중하자”라는 취지로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을 재정비 하면서 베시포의 판권도 일동제약에 넘겼다.
일동제약은 베시보의 임상3상시험과 추가 임상1상시험을 진행했고 5년 만에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국내제약사간 첫 공동개발 신약 배출이 완성된 셈이다.
일동제약 측은 베시보의 시장성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베시보는 우수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입증됐고 기존 치료제들에서 발견되던 이상반응이나 내성문제가 개선돼 만성 B형 간염 치료제의 새로운 선택으로 기대를 모으는 약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베시보가 처방 현장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면 시장 확장성은 충분하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B형간염치료제가 전체 매출 1,2위를 차지할 정도 시장성이 높다.
2000년대 초반까지 당초 베시보와 같은 경구용 B형간염치료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제픽스’와 ‘헵세라’ 2종 뿐이었다. 그러나 2007년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가 새로운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를 내놓으면서 단번에 판도는 재편됐다.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바라크루드는 지난 2011년 1354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의약품 중 1위에 등극한 이후 2015년까지 5년 연속 처방실적 1위를 고수했다.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낮은 내성 발현율이 기존의 약물에 불만을 갖던 환자들의 갈증을 해결해주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했다.
바라크루드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부광약품의 '레보비르', 노바티스의 '세비보' 등도 부작용 등의 한계를 노출하며 바라크루드의 독주 체제가 갖춰졌다. 이중 국산신약 11호로 허가받은 레보비르는 한때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근육병 부작용 등 한계를 노출했고 바라크루드에 밀려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비리어드는 미국에서 지난 2008년 8월 B형간염치료제로 사용허가를 받았지만 2001년부터 에이즈치료제로 사용되며 안전성을 입증했다. '임상시험 결과 5년 투여 내성 발현율 0%'를 앞세운 비리어드는 발매 직후 처방현장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비리어드는 지난 2015년 1253억원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1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541억원으로 바라크루드를 역전하며 전체 의약품 중 처방실적 2위에 올랐다.
일동제약 측은 “베시보는 바라크루드, 비리어드와의 비교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했다. 기존 약물들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알려진 골밀도 감소와 신장기능 저하 등과 관련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지 않아 약물의 우수성을 확인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난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간학회에서 발표된 베시보의 임상3상시험 결과를 보면 만성B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48주간의 치료 결과 베시보는 바이러스 반응(HBV DNA <400 copies/mL) 면에서 테노포비르와 비교해 비열등한 결과를 나타냈다. 베시포비르에 대한 약제내성을 보인 환자가 나타나지 않아 안전성과 내약성도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시보의 상업적 성공을 낙관하기엔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15년 10월 바라크루드의 특허 만료 이후 국내업체 60여곳이 제네릭을 발매하며 경쟁이 심화됐다. 동아에스티, 종근당,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폭넓은 영업망을 갖춘 업체들이 대거 바라크루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2015년 9월 동아에스티가 특허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제네릭 시장에 기습 발매할 정도로 시장 경쟁은 과열양상이다.
일동제약은 바라크루드, 비리어드 뿐만 아니라 국내업체들의 바라크루드 제네릭 제품들과의 경쟁을 넘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은 셈이다.
새로운 약물의 출현도 예고된 상태다. 길리어드는 지난해 비리어드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새로운 B형간염치료제 ‘베믈리디’의 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베믈리디는 비리어드 단점으로 지목됐던 신독성을 줄여 신장 및 골손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화학이 베시보의 임상3상시험을 앞두고 판권을 일동제약에 넘긴 가장 큰 이유로 이같은 불투명한 시장성이 고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는 각각 녹십자와 유한양행이 판매에 가세하면서 막강한 영업전선을 형성 중이다.
베시보의 대체 약물로 평가된는 바라크루드의 약가가 제네릭 등장으로 크게 떨어진 점도 베시보의 약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약가제도에서 신약의 보험약가는 대체약물보다 높게 받을 수 없는데, 바라크루드는 당초 5755원에서 3082원으로 인하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복제약(제네릭)이 발매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보험약가는 종전의 70%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후 1년이 지나면 특허만료 전의 53.55%로 약가가 내려간다.
다만 보령제약의 고혈압신약 ‘카나브’와 같이 경쟁약물이 많더라도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카나브는 2010년 발매 이후 수십개의 동일 계열(ARB 계열) 신약과 제네릭과 힘겨운 경쟁을 펼쳤고 지난해 국내외에서 44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3년 허가받은 종근당의 당뇨신약 '듀비에'도 경쟁약물보다 뒤늦게 출시됐다는 한계가 지적됐지만 지난해 164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경쟁약물의 특허만료 등 쉽지 않은 시장 환경이지만 임상시험에서 검증된 베시보의 안전성과 효능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