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수사국(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을 갑작스럽게 해임하고 나서 미국 정치권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트럼프 탄핵론까지 재부상했다. 그런데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주요 지수들은 지난 2주 동안 0.8% 등락에 그쳤다. 정치적 불안감이 높아졌는데도 뉴욕증시가 안정적인 이유를 14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첫 번째 이유는 금융 시장이 정치적 환경을 비롯한 사회 분위기를 매번 반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1973~1974년 뉴욕증시의 약세장을 설명하는 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케 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꼽지는 않는 게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당시 약세장을 워터게이트 때문이 아니라 석유 파동에서 비롯했다고 분석한다. 증시가 항상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제2차 세계대전 중반이었던 1942년 미드웨이 전투 때 다우지수가 1년간 40% 급등한 것도 설명할 수 없다. 2011년 9·11 테러 때도 다우지수는 7% 급락했으나 이후 3개월간 20% 상승했다.
두 번째는 현재 시장이 정치적 이벤트에 반응하기보다 기업 실적 등에 집중하며 주가 상승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FRA의 린지 벨 애널리스트는 “지난 1년간 실적 전망이 이례적으로 좋다”며 “시장은 높은 벨류에이션의 주식을 사들일 펀더멘털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세제 개혁안, 인프라 지출 등을 주목하며 주가 상승해 배팅했다”며 “따라서 하향 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세제 개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시장은 이에 반응할 수 있다. 그러나 거꾸로 정치적 변화가 시장 분위기를 판별하는 필수 조건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지막으로 시장은 정치권이 보여주는 드라마에 이미 반응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지난주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 거래량은 평균보다 28% 낮았다고 CNBC는 전했다. 뉴욕증시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도 지난 2주간 눈에 띈다.
확실히 시장은 오랫동안 이 평온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CNBC는 내다봤다. 또 정치권의 변화를 포함한 사건들에 반응하며 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최근 정치적 사건이 시장에 바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C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