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구단 리버풀FC가 중국에서 저가 버전의 구단 유니폼 판매를 시작했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현지에서 싼값의 짝퉁 판매가 성행하자 이에 대항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리버풀은 지난달 2017/2018시즌 유니폼을 공개한 후 중국에서 저가형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저가 유니폼 가격은 30달러(약 3만4000원). 일반 유니폼(87달러)보다 3배 가까이 저렴하다. 저가 유니폼은 디자인상 기존 유니폼과 비슷하다. 리버풀의 1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재단장한 구단 로고를 새겨 기존 유니폼과 차별화했다. 대신 저가형과 일반형의 원단에 차이를 뒀으며 저가 셔츠는 리버풀의 공식 물품 공급사인 뉴발란스가 생산하지 않는다.
리버풀이 이처럼 3배나 저렴한 티셔츠를 내놓은 이유는 짝퉁 때문이다. 리버풀 구단의 한 관계자는 “중국 팬들 사이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라면서 “구단은 짝퉁을 용납하지 않으며 중국 팬들이 카피 제품보다는 공식 제품을 선택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럽 명문 축구구단 사이에서는 중국의 축구 열기를 주목하고 있다. ‘축구 광팬’으로 알려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축구 굴기’에 나서면서 중국 내 축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게 됐다. 새로운 수입원이 절실했던 유럽 축구구단들 입장에서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시장의 규모나 유럽 축구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도 짝퉁때문에 이들 명문 축구구단 관련 제품 매출이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몰에서 리버풀을 포함한 명문구단들의 짝퉁 유니폼은 35위안(약 5700원) 선에서 팔리고 있다.
외국 제품에 대한 지적 재산권 보호에 대한 인식 부족은 유니폼과 같은 제품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 명문 축구구단의 주요 수입원인 TV 중계권 역시 불법 중계 사이트 등으로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시몬 채드윅 샐퍼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리버풀의 저가 유니폼 출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중국산 짝퉁이 널리 유통되는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에서도 이같은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영국 홈팬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