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책에 대한 기대로 증시가 강세를 보였던 트럼프 랠리가 퇴색할지 주목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최근 미국 주식에서 손을 떼고 유럽과 신흥국에 베팅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EPFR글로벌은 지난 3일 기준 최근 7주간 미국 주식펀드 자금 순유출이 222억 달러(약 25조1792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1년 만에 가장 큰 유출폭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지난달 글로벌 머니매니저들의 미국 주식에 대한 자금할당 규모가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최근 수개월간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인 가운데 이번 주 에마뉘엘 마크롱의 프랑스 대선 승리로 정치적 불확실성도 완화하면서 유럽증시에 대한 인기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흥국 금융시장도 제조업 경기회복과 무역지표 호조 등에 힘입어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EPFR에 따르면 지난 3월 15일부터 5월 3일까지 서유럽 주식펀드에 67억 달러, 신흥국 펀드에는 145억 달러의 자금이 각각 순유입됐다.
미국증시 매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WSJ는 강조했다. 비록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탈출하려 한다기보다 미국 주식에 대한 너무 큰 비중을 어느 정도 줄이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최근 약 24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뉴욕증시 나스닥지수는 이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많은 펀드매니저가 미국 대신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주가 상승으로 미국증시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아졌다는 인식에서다. 마케나캐피털매니지먼트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은 22배로, 유럽의 16.7배와 신흥국의 13.7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
또 투자자들은 유럽 경제가 성장 궤도에 다시 오를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1.8%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0.7%에 그친 미국을 압도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년간 미국과 유로존의 연간 GDP 성장률 격차가 평균 1.4%포인트였지만 향후 3년간은 0.6%포인트로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신흥시장에 대해서는 더욱 낙관적이다. 최근 신흥국 대부분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혜택을 보고 있으며 정부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경기침체 수렁에 빠졌던 브라질과 러시아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