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경찰 수사권 독립의 전제조건

입력 2017-05-10 10:37 수정 2017-05-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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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놓고 두 기관 간의 물밑 경쟁이 뜨겁다. 경찰은 연이은 검찰 비리에 따른 여론 악화에 힘입어 새 정부에서는 기필코 독자적 수사권을 획득하겠다는 의지이다. 반면에 검찰은 어떻게든 이번에도 이를 저지하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해 온 핫이슈이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의 조직적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된 경험이 있다. 이러한 까닭에 당사자에게 맡겨 놓으면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찰의 무책임과 검찰의 전횡으로 대표되는 현행 검경 수사 체계는 많은 문제가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한국 검찰의 권한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막강하다. 권력은 적절한 견제와 균형 속에서 비로소 적정하게 작동될 수 있는 것이란 점에서 보면 검찰 주도의 현행 수사 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꼬리를 무는 검찰 비리를 막기 위해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형사사건 전체로 보면 검찰의 재조사 없이 경찰의 수사만으로 재판에 넘겨지거나 불기소로 끝나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실상 경찰이 폭넓은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각각 맡는 방향으로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에도 14만 명에 이르는 거대 경찰 조직의 속성상 자칫 경찰국가화 현상이 재연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정권과 결탁된 비대한 경찰권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했는가는 지나간 역사가 잘 말해 준다.

여기서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함에 있어서 몇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해 본다.

첫째, 전면적인 자치경찰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자치경찰제는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처음 도입하여 실시되고 있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도 자치단체장의 권능에 속한다고 보면 자치단체장이 치안 서비스까지 주민들에게 책임지는 것이 수사권 조정의 의미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치경찰에 일반수사권을 넘겨 완전한 자치경찰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대신 국가경찰은 테러·마약·국제·광역범죄 등과 같이 자치경찰이 다루기에 쉽지 않은 특수범죄 수사와 자치경찰 지원기관으로의 재편이 필요하다. 제주의 경우에서와 같이 수사를 제외한 교통 등 일부 기능의 이관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그랬다가는 국가경찰이 수사권력에만 욕심이 있다는 것으로 비치기 십상이며, 자치경찰제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런 식의 조정이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셋째, 경찰 수사권 독립에 따른 확실한 견제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이 거대 권력화하거나 자치단체장이 경찰권까지 거머쥠으로써 정치적인 악용이 우려된다. 정치적 중립성(中立性)을 띠는 지방경찰위원회와 같은 제도를 두어 이를 통제하여야 하는 까닭이다. 나아가 공직자나 대기업 비리 등에 대한 수사 기능을 일부 지방검찰청에 남겨 두는 것도 그 견제책 및 보완책이 될 것이다.

넷째, 권한을 합당하고 민주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경찰 내부의 체질이 확 바뀌어야 한다. 아직도 일선 수사 현장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인권침해(人權侵害)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국민은 경찰을 못 미더워 한다. 이것이 또한 반드시 자치경찰이 실시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참에 간부후보 양성 본래의 취지가 변질되어 조직 내 갈등요인일 뿐만 아니라 자치경찰제와도 맞지 않은 경찰대학도 폐지하여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수사권의 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전제로 혹은 동시에 진행하되 조직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철저히 국민의 입장에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함을 유의하여야 한다. 치안 서비스의 수요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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