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을 놓고 본격적인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이달 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파리협약 탈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트럼프는 G7 정상회의 참석 차 나설 해외 순방에 앞서 탈퇴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이를 연기한 것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약과 관련해 경제는 물론 환경당국과도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미국에 최고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론 발표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G7 정상회의는 오는 26~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개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대선 유세 때부터 파리협약은 나쁜 조약이라며 탈퇴를 공언해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약 탈퇴 시 일어날 파급효과에 무게를 두면서 최측근들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장은 파리협약 탈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다른 측근들은 파리협약 탈퇴에 따른 외교적 충격을 경고하면서 맞서고 있고 릭 페리 에너지장관은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내에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파리협약과 관련해 미국을 견제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과 프랑스 등은 파리협약 등 글로벌 거버넌스를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등 우군을 확대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파리협약과 무역 등 글로벌 이슈에서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부가시켰다. 그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자유무역주의의 수호자로 자처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파리협약이 1990년대 교토의정서 때와 달리 미국이나 다른 어떤 국가에도 중대한 법적 구속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만일 미국이 탈퇴하게 되면 외교적 역풍을 불러 일으키고 기업들에 불확실한 신호를 보내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잔류 쪽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