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反) 이민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그의 신뢰를 듬뿍 받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일가가 중국 부유층을 상대로 이민장사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쿠슈너의 누나인 니콜 메이어가 지난 주말 베이징 리츠칼튼 호텔에서 중국 부유층을 모아놓고 미국 투자이민 설명회를 열었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니콜 메이어는 쿠슈너 가문의 회사인 쿠슈너컴퍼니스를 대표해 전날 베이징에서 중국 이민 대행사인 차오와이(僑外)와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쿠슈너컴퍼니스는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도 이날 비슷한 행사를 열었다.
쿠슈너는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일하는 중에는 가문의 부동산 사업에서 물러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여전히 쿠슈너의 일가친척은 미국 내 부동산 프로젝트에 해외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트럼프와 쿠슈너의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반이민 노선과 상충되는 방향으로 사업활동을 벌여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쿠슈너의 누나가 중국 행사에서 전면으로 나선 것은 부유한 중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뉴저지 부동산 프로젝트와 관련해 1억5000만 달러(약 1705억 원)를 모으기 위해서다. 중국 투자자들에게 뿌려진 판촉물은 해당 프로젝트를 ‘쿠슈너1’으로 명명하면서 트럼프의 맏사위 가문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의 원래 명칭은 ‘원 저널 스퀘어(One Journal Square)’다. 아울러 판촉물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선전하기도 했다.
메이어는 중국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의 EB-5 비자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고 FT는 전했다. EB-5 비자는 미국 내 최소 1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50만 달러를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조건부로 영주권을 제공한 뒤 2년 뒤 정식 영주권으로 교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는 1990년 만들어졌지만 인기가 폭발한 것은 중국 부자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2014년부터다. 지난해 중국 이민자들은 EB-5에 할당된 1만 명 쿼터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다. 현재 이 비자를 신청한 사람들은 임시 영주권을 얻기까지 5~7년을 기다려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비자 투자금액을 최소 50만 달러에서 135만 달러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시민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itizens for Responsibility and Ethics)’의 노아 북바인더 사무총장은 “쿠슈너컴퍼니스가 중국 판촉행사에서 쿠슈너를 판촉 수단으로 쓴 것은 매우 문제가 많다”며 “쿠슈너는 EB-5 비자와 관련된 모든 결정에서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