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 보수 성향 방송사 폭스뉴스 경영진 물갈이에 나섰다. 잇단 성추문과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면서 방송사 이미지가 추락하자 사주인 머독이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폴리티코에 따르면 폭스뉴스의 모회사인 21세기 폭스는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빌 샤인 폭스뉴스 방송편성 및 뉴스 담당 사장이 사퇴했다고 밝혔다.
샤인의 후임자로는 방송편성 부문에 수잔 스콧 폭스뉴스 편성·개발 총괄부사장을, 뉴스 부분에는 제이 월레스 총괄부사장 등 두 명을 각각 승진 발령했다. 업계에서는 폭스뉴스 사상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임명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콧은 지난해 8월 폭스뉴스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한 최고위직 여성 임원으로 폭스뉴스에서만 21년을 몸담았다.
스콧의 CEO 승진은 잇단 성추문이 불거진 이후 나왔다. 폭스뉴스에서는 최근 1년 새 두 명의 고위 인사들이 추문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간판 앵커였던 빌 오라일리가 성추문으로 회사를 떠났고 이보다 앞서 이 회사의 창립 멤버이자 회장이었던 로저 에일스도 여성 앵커 성추행 혐의로 불명예 퇴진했다. 폭스뉴스는 또 지난주 전ㆍ현직 직원들로부터 인종차별 혐의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잇따른 성 추문 사건과 사내 인종 차별 논란으로 회사가 흔들리자 머독이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머독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스콧 CEO 임명을 공개하면서“슬프게도 빌 샤인이 오늘 사임했다”고 밝혔다.
샤인 사장은 프로듀서 출신으로 사장직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성추문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에일스 전 회장과 오라일리 앵커의 최측근이었던 샤인은 사내에서 두 사람의 성희롱 행태를 방조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 폭스뉴스 진행자인 안드레아 탄타로스는 에일스 전 회장을 고소하면서 샤인이 그와 맞서지 말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