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그동안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한미 FTA가 존폐 갈림길에 섰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고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낙관론을 펴며, 뚜렷한 대책 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미 FTA를 ‘끔찍한 협정’으로 규정하고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길 원한다고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맺은 모든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180일 안에 규정 위반이나 남용 사례가 있는 무역협정을 조사해 해결책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간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주형환 장관과 우태희 2차관이 잇달아 미국을 방문해 한미 FTA가 양국에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셈이 됐다.
또한, 미국 측에서 한미 FTA와 관련해 강경 발언이 나올 때마다 산업부는 한미 FTA는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보다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며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 의지를 밝히면서 국내 산업계에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은 재협상에서 쌀과 자동차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난 철강 등에 대해서도 관세율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과 미·일 FTA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 재협상이 추진될 경우 5년간(2017~2021년) 우리나라의 수출 손실이 최대 170억 달러(약 19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한미 FTA 재협상 등과 관련해 공식 요청받은 바 없다”며 “모든 가능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한편, 미국에 꾸준히 한미 FTA의 호혜성을 알릴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코트라는 이날 “한미 FTA 재협상과 관계없이 무역적자 규모와 고용유발 효과가 큰 자동차, 철강, 전기전자 산업 위주로 통상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우회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