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의 현금 보유액이 2500억 달러(약 285조125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는 영국과 캐나다의 외환보유액을 뛰어넘는 액수다. 이 정도면 현금성 자산에 대한 집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애플이 이처럼 현금을 쌓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현금부자 기업이다. 2017 회계연도 2분기(2017년 1~3월) 기준 애플의 현금성 자산은 2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는 유통공룡 월마트와 프록터앤갬블(P&G)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영국과 캐나다의 외환보유액도 능가하는 액수다. 앞서 애플은 2017 회계 1분기(지난해 10~12월)에 현금 보유액이 2460억9000만 달러로 이미 스리랑카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다. 3개월 간 시간당 약 360만 달러의 현금을 쌓은 셈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제니퍼 블링 회계학 교수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현금을 보유하는 기업은 본 적이 없다”며 “애플은 현금 더미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애플이 이처럼 현금성 자산을 축적하는 데 집착하는 이유는 고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CEO)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잡스는 자신을 쫓아냈던 애플로 1997년 복귀했다. 당시 애플은 파산 직전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었다.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현금을 조달해 위기를 모면했고, 현금을 충분히 비축해 비상사태에 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 자세가 계속 이어져 왔고 현재 팀 쿡 CEO도 비슷한 노선을 걷고 있다.
애플의 현금성 자산은 93%가 미국 외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본국으로 들여오고자 기업들이 국외 매출을 본국에 송환할 시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했으나 지난달 26일 발표된 세제개혁안에서는 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했다. 투자자들의 실망감에 애플의 주가도 하락했다. 쿡 CEO는 “지속적으로 합리적인 세율을 적용하면 미국에 현금을 송환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그렇다면 애플은 이처럼 막대한 현금을 어디에 쓸까. WSJ는 애플이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환원할 것으로 봤다. 쿡 CEO는 잡스보다 주주들의 요구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쿡 CEO는 2012년부터 배당과 주식 환매프로그램을 가동해 현재까지 약 2000억 달러를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이번에도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금이 커지면 지난 1월 애플의 지분을 기존보다 두 배 늘린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크게 이익을 본다.
또한 막대한 현금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으로도 쓰일 수 있다. 애플은 현금은 쌓아두면서도 대규모 M&A는 꺼려왔다. 지난 4년 간 연평균 15~20개 기업을 사들였는데 그 중 가장 큰 M&A는 2014년 헤드폰 제조업체인 비트일렉트로닉스를 30억 달러에 사들인 것이다. 아울러 넷플릭스, 테슬라, 디즈니 등 업계 큰 손들과의 M&A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윈드워크캐피털매니지먼트의 로버트 니콜스 애널리스트는 “비디오 스트리밍 사업을 확장하려면 애플은 650억 달러에 달하는 넷플릭스를 사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외에 부채를 일부 청산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미국 내에 공장을 짓는데도 현금을 쓸 수 있다.
한편 지난 분기에 역대 최대인 784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애플은 이번 분기에도 장밋빛이다. 마켓워치는 앱스토어를 포함한 서비스 부문 매출이 70억 달러를 돌파해 2분기 연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애플뮤직, 아이튠스 등과 같은 서비스 수입원이 2020년까지 5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